중국 정부와 밀착한 기업들이어서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미국의 주장에 반발한 중국이 이들 기업을 공개적으로 국가 프로젝트 대표 기업으로 키우는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눈치를 보기 보다는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는 지적이다. AI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정부가 경쟁적으로 육성하는 신흥산업 인프라로 꼽힌다.
지난 29일 상하이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한 제2회 세계 AI 대회에서 리멍(李萌)중국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은 차세대 AI 개방 혁신플랫폼을 이끌 기업으로 화웨이 하이크비전 쾅스커지 샤오미 징둥 핑안보험 등 10개 부문 대표 기업을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화웨이는 기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하이크비전은 동영상 인식, 쾅스커지는 화상인식, 샤오미는 스마트홈, 징둥은 스마트 공급망(물류), 핑안보험은 금융혜택 대중화 영역의 AI 플랫폼을 만들어 개방한다.
소후 등 중국언론들은 29일 상하이에서 개막한 제2회 세계 인공지능 대회에서 화웨이 등 10개 기업이 국가 차세대 인공지능 개방 혁신플랫폼으로 지정됐다고 보도했다. /소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中 AI 국가대표팀 2년만에 4배 규모로
중국의 차세대 AI 개방 혁신 플랫폼 기업은 정부가 2017년 11월 처음 지정했다. 바이두(자율주행) 알리바바(스마트도시) 텐센트(의료영상) 아이플라이텍(음성인식) 등 4개 부문 대표기업으로 시작했다. 화상인식 기업인 센스타임이 지난해 9월 추가됐다.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언론들은 이들을 중국 AI 국가대표팀으로 부른다. "중국 정부가 AI 굴기를 위해 ‘국가대표 드림팀'을 꾸렸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중국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이들 기업이 만든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관련 기술 혁신과 응용을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번 추가 지정으로 중국의 AI 국가대표팀에 속한 기업이 모두 15개로 늘었다. 2년만에 4배 수준으로 확대된 것이다.
특히 빅브라더 산업으로 꼽히는 화상인식 분야 3총사로 꼽히는 센스타임 쾅스커지 이투테크놀로지가 모두 합류했다. 이들 기업은 하이크비전과 함께 미국이 기술 거래 제재 대상으로 검토하는 기업들이다.
중국은 AI 국가대표팀을 꾸리기 4개월 전인 2017년 7월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는 AI 전체 기술·응용 수준을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25년까지 일부 AI 기술·응용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한 뒤 2030년에는 미국을 넘어 세계 AI 혁신의 중심 국가가 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AI 산업 및 연관산업 규모를 각각 1조위안(약 170조원), 10조위안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린녠시우(林念修)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차관)은 내년에 중국의 AI 산업규모와 연관산업규모가 각각 1600억위안, 1조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10년내 10배 크기로 키운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 15곳으로 구성된 차세대 AI 발전계획 추진 위원회가 구성됐고, 이 조직이 국가대표 기업 지정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개입한 불공정 게임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기업이 주체가 돼 진행하는 시장화된 추격 사업이라고 반박한다.
올 3월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공산당 중앙 전면심화 개혁위원회 7차 회의에서 ‘AI와 실물경제 심도융합에 관한 지도의견’을 통과시켰다. AI와 실물경제 융합은 올해 중국 정부업무보고에 처음으로 언급된 ‘지능+’와 닿아있다. 중국 언론들은 이를 ‘AI+’로 해석했다. 신화통신 등은 AI가 2017년부터 3년 연속 정부업무보고에 등장했다며 ‘AI+’가 이번에 처음 언급된 것은 AI를 신흥인프라로 확대해 산업과 융합함으로써 경제구조의 고도화와 업그레이드를 가속화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AI 응용면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이미 앞질렀다.미국 데이터 혁신 센터(Center for Data Innovation)가 최근 펴낸 ‘AI 경쟁에서 누가 이기고 있나(Who is winning the AI race)’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 비즈니스에 AI를 활용하는 기업의 비중이 중국(32%) 미국(22%) 유럽연합(18%) 순으로 나타났다. 작년 사물인터넷(IoT) 관련 데이터 생산량이 중국은 1억5200만TB(테라바이트)에 달했지만 미국은 6900만TB 수준으로 격차가 큰 배경이다.
♢중국서 뜨는 화웨이에 계속 철퇴 가하는 미국
에릭 쉬 화웨이 순환 회장이 23일 중국 선전 본사에서 어센드 910을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칩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화웨이 |
세계AI대회 개막식에서 화웨이는 2가지 선물을 받았다. 국가대표 기업으로 지정됨과 동시에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7㎚(나노미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치린(麒麟·기린) 980칩과 810칩이 29일 세계AI대회 개막식에서 탁월상(superior)을 받았다. 아이플라이텍 응용상(applicative), 인허수이디 혁신상(innovative) 알리바바 선봉상(leading)을 받는등 SAIL(Super AI Leader) 상 수여 대상 기업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중국공정원 중국과학원 국내외 대학과 연구소 ,AI 기업 기술책임자 및 관련 투자회사 파트너 등으로 이뤄진 심사위원회가 700여건의 국내외 기술 후보 가운데 4개사 기술을 선정했다.
화웨이는 앞서 지난 23일 어센드 910과 마인드스포어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어센드 910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칩이고, 마인드스포어는 올(all) 시나리오 AI 컴퓨팅 프레임워크라고 화웨이는 설명했다. 에릭 쉬 화웨이 순환 회장은 "지난 해 10월 AI 전략을 발표한 이래 꾸준한 진전을 거뒀다"며 "올 시나리오AI 포트폴리오를 약속했는데, 어센드 910과 마인드스포어 출시를 통해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발표는 화웨이 AI 전략의 새로운 이정표이기도 하다"고 자평했다.
중국이 띄우는 화웨이는 트럼프 정부의 핵심 타깃이다.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를 새로운 기술탈취 혐의로 수사중이라는 보도가 지난 29일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동부지검이 화웨이가 수년 동안 여러 사람과 업체로부터 지식재산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화웨이는 포르투갈 멀티미디어 업체로부터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을 탈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화웨이가 경쟁업체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도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혐의는 올해 초 화웨이에 대한 기소에서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거래제한 명단에 올렸다. 그러나 화웨이에 핵심부품을 공급해온 미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시 허가 형태로 거래제한 조치 적용을 유예했다.
지난 8월엔 유예조치를 다시 90일 연장해 11월 18일까지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도 46곳의 화웨이 계열사를 거래 제한 대상에 추가했다. 100곳이 넘는 화웨이 계열사가 미국 기업과 거래할 때 미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9월 출시 예정인 화웨이 스마트폰 신작 메이트30 프로는 유예조치 대상이 아니어서 구글 앱 없이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 앱이 빠진 화웨이 스마트폰의 해외 판매가 40~6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들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며 2위 자리를 굳혀온 화웨이가 다시 3위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화웨이는 31일 폐막하는 세계 AI 대회 기간 5G혁신센터를 상하이 푸둥에 세워 5G와 AI 및 IoT 융합 협력 혁신 플랫폼을 만들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행사기간 화웨이 프로젝트를 포함해 AI와 5G(5세대)관련 프로젝트 계약식이 70여건 체결된다고 중국언론들이 전했다. 미국의 IBM도 왓슨 빌드 AI혁신센터를 세워 장장(张江)과학성과 AI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했다.
올해로 2번째 행사인 세계 AI 대회는 상하이시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과학기술부, 공업정보화부,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중국과학원, 중국공정원과 공동 주최하는 국가 행사다. ‘글로벌 스마트 연결, 무한한 가능성'이 올해 주제다.
오광진 정보과학부장(xiexi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