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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경제 보복한 아베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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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배상 판결 후 일본이 도발을 이어오는 가운데 아베 신조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일본 원로 법조인들은 우리 대법원판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 공영방송(NHK)도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강제징용에 주목하고 일본의 중도언론은 아베 정부를 향한 일침을 가했다.

    ◆日법조인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 청구권,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된 거 아냐”

    일본 원로 법조계 인사들은 아베 정부와 전범 기업들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들여 피해자들을 위한 진정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츠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은 5일 열린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쟁점과 올바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한일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우츠노미야 회장은 “한일청구권협정은 당사자인 피해자를 제외한 채 양국 정부의 ‘정치적 타협’으로 성립돼 한계가 있다”면서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반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지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 및 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체결한 것으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츠노미야 회장의 이같은 제언은 전시 강제동원 문제의 본질을 ‘인권침해’로 본 것이다. 그는 “강제동원 피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피해자 개인의 피해가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일철주금,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은 지난해 한국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이고 동시에 자발적으로 인권침해 사실과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 증거로 사죄와 배상을 포함해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판결에 대한 비판을 멈추고 한국 정부와 협력해 강제동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에 그치지 않고 기억을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다른 일본 법조계 및 시민사회 인사들도 한일청구권협정이 징용 피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 도중 징용 피해자 유족 등이 불만을 토로하며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유족 측은 “왜 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심포지엄만 계속하나”라면서 “"피해자들을 우롱하느냐”,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는지를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등의 항의가 잇따랐다.

    그런가하면 다른 참석자들이 “한일청구권 협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기가 아닌 청와대로 가서 얘기하라”고 말해 고성이 오가며 행사가 잠시 중단됐다.

    자이마 히데카즈 일본변호사연합회 한일변호사회 전후처리문제 공동행동 특별부회 위원은 “한일청구권협정을 피해자 보상이라는 취지로 이해할 수 없고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피해자들의 소송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양국 정부와 일본의 전쟁 기업, 협정으로 이익을 본 한국 기업이 자금을 갹출해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우츠노미야 겐지 변호사(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 사진=뉴시스


    ◆강제징용 문제에 주목한 일본 언론

    앞서 일본 변호사의 제언과 달리 일본 정부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한국에 대한 압박을 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강제징용 문제의 본질을 되돌아보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KBS보도에 따르면 NHK는 한일 간 화해를 거론하며 강제징용 피해 문제를 조명했다. 일본 언론이 피해를 언급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NHK는 15만 명에 가까운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 동원된 홋카이도의 한 사찰을 찾았다.

    이 사찰의 주지 도노히라 요시히코 씨는 40여년간 암장된 조선인 유골을 수습해 유족들에게 돌려주는 일을 해 왔다. 그는 (조선인 노동자 유골 수습은) “시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며 “정치에 맡기고 부탁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노력에 시민사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2월 폭설로 사찰이 큰 피해를 입어 유골 발굴이 중단 위기에 처하자 한.일 시민들이 팔 걷고 나섰다.

    유골 발굴에 참여한 한 자원봉사자는 “한 명, 한 명이 노력하면 조금씩이라도 (냉각된 한일 관계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 이면에 감춰진 의도를 취재·보도하며 아베 총리에게 일침을 가했다.

    신문은 지난 6월 아베 총리가 “신념을 굽히지 말고 강제징용 문제의 출구를 찾으라”고 하자 경제산업성이 한국 주력 산업인 반도체를 겨냥할 것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신문과 인터뷰한 다나카 나오키 국제공공정책연구센터 이사장은 “청구권 협정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느냐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거세지면 일본 정부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강제징용 문제 타개책은 결국 불발로 끝났다”며 “이제 남은 건 ‘지구전’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계일보

    ◆일본 불매운동…방일 관광객·일본차 판매 감소

    한편 일본 불매운동이 거세지면서 지난 8월 국내 일본차 판매가 전년 대비 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관광객이 크게 줄어 일본 지역경제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일본계 브랜드 승용차의 8월 신규 등록이 1398대로 전년 동월 3247대에 비해 56.9%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차 판매가 감소한 원인을 “불매운동의 영향”이라고 분석하면서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3품목의 수출 관리를 강화했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한국산 불화수소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한일 직항편의 경우 11개 항공사가 128개 노선을 운영해왔지만 이 중 33.6%에 이르는 43개 노선(33.6%)이 운행을 중단하고 42개 노선(32.8%)이 운행 편수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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