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쉽지 않을 듯…韓, 60일 후 WTO 패널 설치 요구 가능
일본 정부가 현재 한국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건에 대해 양자 협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WTO 분쟁 해결 절차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WTO 제소 대응 전략의 일환인지 아니면 한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출구전략’을 찾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양자 합의가 결렬되면 WTO가 사건을 심리하는 패널을 설치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일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지난 11일(제네바 현지시간) 일본 정부의 반도체 제조용 소재 3종 수출규제를 놓고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것에 대해서 양자 협의에 응한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는 이날 "무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우선 양자협의를 하도록 돼 있는 WTO 규정에 따라 일본 정부가 한국의 협의 요청에 응한다는 방침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초 불화폴리이미드·레지스트·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가스)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개별 허가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이들 제품은 모두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이어서 일일이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행정 규제를 통한 사실상의 수출 규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지난 12일 일본 정부의 조치가 WTO 협정 위반이라며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다.
WTO 제소는 먼저 사전 단계로 양자 협의를 거치도록 되어있다. 통상 문제에서 한 쪽이 문제를 제기한 사안에 대해 먼저 ‘합의’를 하도록 노력한 뒤, 일종의 ‘재판정’인 WTO 심리를 받으라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11일 WTO 제소와 함께 일본에 양자 협의 요청서를 발송했다. 피소국이 양자 협의 요청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10일 이내 회신을 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양자 협의 수락 의사 표시는 회신 기한을 하루 남겨둔 9일째에 이뤄진 것이다.
산업부는 이에 따라 앞으로 일본과 시간과 장소를 조율해 양자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자협의는 원칙적으로 요청서 발송 후 30일 이내 개시하도록 돼 있으며 2개월 동안 진행할 수 있다.
양자협의에서 일본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은 WTO에 제3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 해당하는 패널(분쟁처리위원회)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 양자협의를 포함해 패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15개월 정도 걸린다. 패널 결과에 한쪽이 불복해 최종심까지 가면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본의 양자협의 수락에 대해 양측이 협상에 나선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까지 WTO 과정에서 피소국이 양자협의에 응하지 않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향후 WTO 분쟁처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현재로선 한국과 일본의 입장 차이가 커 양자협의 만으로 분쟁이 해결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가 정치적 동기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한국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고,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수출 관리를 적정하게 한 것일 뿐 WTO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