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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강화서도 의심신고…돼지열병 방역망 뚫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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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관리지역 외 지역에서 첫 신고…정부, 지역확대 검토
1~4차 확진 농장, 차량역학관계 확인…남부지역도 연관
구멍 뚫린 채혈 검사… ‘음성’ 판정 후 발병 사례 확인

24일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서, 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경기 파주·연천·포천·동두천·김포, 강원 철원 등 6개 지역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했는데, 중점관리지역 외의 지역에서 첫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돼지열병은 지금까지 경기 파주, 연천, 김포에서 총 4건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2~4차 확진 판정 농가들은 최초 발병지인 파주 양돈 농가와 차량 역학관계가 있다. 이에 따라 파주 1차 확진 농가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 차량이 양돈 농가를 돌아다니며 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중점관리지역을 중심으로 소독을 강화하는 등 방역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부 방역망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선비즈

지난 23일 오전 아프리카 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경기도 김포시의 한 돼지농장. 방역 관계자가 검사물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소독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 중점관리지역 밖 강화에서 의심 증상 발견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소재 농가에서 혈청 검사를 통한 예찰 과정 중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증상이 확인됐다. 정밀 검사를 통한 확진 판정은 이날 밤 늦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7일 경기 파주 파평면에서 최초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휴전선 접경지역인 파주, 연천에서 6일만에 한강 이남인 김포까지 남하했고, 일주일만에 중점관리지역 밖인 인천 강화에서도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정부는 최초 발병 후 8개 양돈농장에서 돼지 1만9223마리를 살처분하고 중점관리지역 밖으로 돼지 반출을 금지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지만, 질병 확산을 막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중점관리지역 이외에서 발병이 확인될 경우 중점관리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휴전선 전경지역을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하면서 돼지열병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려고 했는데, 수도권 근접지인 김포까지 남하했기 때문에 추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중점관리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관리지역 밖인 강화에서 의심사례가 관찰되고 정부가 돼지열병 중점관리지역 확대를 검토하면서 기존의 방역망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초 발병지 농가 방문 차량, 경북까지 이동

조선비즈



정부 안팎에서는 돼지열병 확산 사태를 차량 역학 관리 실패와 연관짓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차 연천, 3차 김포, 4차 파주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은 첫 발생지인 파주 농장과 차량 역학 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4차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는 1차 판정을 받은 농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차량은 사료 차량, 분뇨 차량, 도축장 출입 차량 등 여러 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차량 역학’이란 동일한 차량이 서로 다른 농장을 방문했을 때, 해당 농장들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말한다. 직접적인 역학 관계 말고도 발생 농가를 방문한 차량이 특정 시설을 방문하고, 이 시설을 방문한 다른 차량이 다른 농가를 방문했을 때 발생하는 ‘간접 역학 관계’도 있기 때문에, 차량 이동이 돼지열병 확산의 중요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발병 농가를 방문했던 차량은 경북 등 남부지방 시설까지 직·간접적으로 다녀간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농식품부 관계자는 "역학 관계가 있는 농가에 대해서는 21일간 아예 (돼지) 반출을 하지 못하게 했고, 드나드는 차량은 거점 소독시설을 거쳐가게 하는 등 철저히 소독한다"면서 "차량 때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졌다고는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예방 정밀검사 번복 사례 나타나

정부의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린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당국의 정밀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된 돼지농장에서 며칠 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17일 파주시에서 국내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된 후 김포시 등 6개 시·군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채혈검사를 포함한 검사와 방역을 강화했다. 파주, 연천 554개 농가를 대상으로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일 실시된 돼지 채혈 정밀조사에서 이 전염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음성 판정을 받은 김포 통진읍 농가에서 불과 사흘 뒤인 23일 3차 확진 판정이 나왔다. 이 농가는 23일 오전 6시 40분쯤 어미돼지 4마리가 유산 증상을 보이고 1마리가 임신한 상태에서 폐사했다고 방역 당국에 신고했고, 농식품부의 최종 검사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됐다. 사흘전 음성 판정이 번복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현재 발생농장 10㎞ 이내 방역대에서는 16마리 이상, 차량 역학 관계에 있는 농가에서는 8마리 이상 샘플을 뽑아 채혈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모든 개체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며 잠복기일 때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배미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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