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교통 시스템' 갖춰
사진 출처 : 오스트리아 비너리니엔(WL)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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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뉴스1) 강희정 통신원 = 최근 미국 경영 컨설팅 업체 머서가 발표한 '2019년 도시별 삶의 질' 순위에서 오스트리아 빈(Wien)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차지했다. 빈이 10년 연속 1위를 기록한 반면 서울은 77위를 차지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 역시 오스트리아 빈을 최상의 도시로 선정했다.
오스트리아 빈은 유럽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고 있는 걸로 유명하다. 사실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도 체계적이고 자가용 없이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빈의 대중 교통 시스템이 특별히 칭찬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모두를 위한 대중교통'이라는 정책 목표에 있다.
빈의 대중교통은 빈 시내와 근교 바덴을 연결하는 노면 전차(Badnerbahn), 지하철(U-Bahn), 전차(Strassenbahn/tram), 그리고 버스로 구성되어 있다. 노면전차를 제외하고 나머지 대중교통들은 오스트리아 정부가 소유하고 관리하고 있으며, 비너 리니엔(WL)이 운영한다.
WL은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모두를 위한 대중 교통' 정책을 추구했다. 그 시작은 '장애물 없는 이용'이었다. 이는 보통의 건강한 성인남녀뿐만 아니라 신체장애가 있거나 청각 또는 시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불편없이 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WL은 1990년대부터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휠체어나 유모차를 끄는 사람들의 동선에 장애물이 없도록 역, 버스, 트램 정류장을 재정비했다. 또 승객들이 승하차 시에 겪을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저상 버스를 도입했으며, 트램(전차)도 계단이 없는 것으로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각 정류장은 기본 디자인을 계속 개선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했고, 시작 장애인들을 위한 내비게이션 시스템 및 실시간 정보 제공 또한 도입했다.
빈에서의 교통 편리성과 달리 한국에서 유모차나 휠체어, 신체 장애가 있는 분들의 이동은 쉽지 않다. 언젠가 나는 서울에서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을 이용해 한 키즈카페로 가려한 적이 있었다. 오스트리아에서 하던 대로 가볍게 나섰는데, 순진한 기대와 달리 현실은 냉혹했다. 탑승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갈아타는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애를 먹었다. 사람이 좀 붐비는 객차에서는 유모차 때문에 다른 이용객들의 눈총을 감수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인 키즈 카페 바로 근처에 도착해 또 한 번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없이 에스컬레이터만 있었다. 역 도우미는 다들 유모차를 들고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간다고 했다. 역 도우미가 도와 유모차를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기는 했지만 마음은 매우 무거웠다. 어린이를 위한 시설에 유모차가 접근할 수 없는 것도 아이러니했고, 많은 사람이 이처럼 위태롭게 이동하다 언젠가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빈에서는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이용해야 하는 승객들도 아무 어려움 없이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어떤 대중교통에서도 유모차는 물론이고,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를 쓰시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장애물이 없다 보니 보행 보조기를 쓰고도 대부분 다른 이의 도움 없이 트램이나 버스를 탄다. 이것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버스나 트램 기사가 잠시 멈춰서 인도까지 연결하는 특별 연결 도구를 간단히 설치해 주는데, 설치도 접었다 폈다 하는 방식이라 어렵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빈 상황과 큰 괴리를 보이며 다수의 휠체어 리프트 사망 사고와 이동권을 얻으려는 장애인들의 투쟁이 벌어지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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