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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비선실세 아니라는 최순실, 파기환송심 첫 재판서 “손석희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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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장님, 배석판사님. 오늘 파기환송심은 제게 마지막 남은 재판 기회이자 유일한 시간입니다.”

지난 30일 서울고법 302호 법정에서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입을 열었다. 최씨가 법정에서 직접 발언한 것은 지난해 6월15일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 이후 1년4개월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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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8월 24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최씨는 법정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해온 3장짜리 종이를 읽어나갔다. 그는 “저는 2016년 독일에서 들어와 구속된 지 만 3년째”라면서 “지난 3년 동안 밤새 검찰 조사와 주 4회 재판을 받으며 고통과 견디기 힘든 나날을 겪었다. 서울동부구치소 독거실에서 폐쇄회로(CC)TV 감시에서 누구도 대하지 못하게 해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고 호소했다.

이어 “목욕탕에서 넘어져 이마를 30바늘 꿰매는 등 4회 이상 수술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구술편지를 못 하게 하고 접견제한 조사 대상으로 올려 재판을 준비하는 데 심각한 영향을 줬고 오늘 힘들게 출석했다. 재판장도 이런 걸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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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는 자신이 결코 ‘비선실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보도된 수백개의 페이퍼 컴퍼니는 허위다. 현 정부 국세청에서 마구잡이식 수사에도 밝혀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20년 이상 유치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생활을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개인사를 도운 것이고, 어떤 기업도 알지 못한다고 하늘에 맹세할 수 있다”며 “말의 소유권과 처분권이 삼성에 있는데 뇌물로 받았단 건 억울하다. JTBC에서 보도한 태블릿PC도 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최씨는 “제가 특검 수사를 받을 때 검사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삼족을 멸하겠단 말이 진짜가 됐다”면서 “어린 딸과 손주들이 평생 상처받아야 할 상황인데 재판에서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적 물의를 일으킨 점은 국민께 사과한다”면서도 “마구잡이식 압수수색은 사회주의를 넘어 독재주의로 가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항변했다.

현재 검찰은 최씨와 딸 정유라씨가 최씨 소유의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을 126억원에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 19억원을 면탈했다는 국세청 고발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정씨는 지난 25일 검찰이 그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와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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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날 최씨 측은 박 전 대통령과 딸 정씨,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손석희 JTBC 사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최씨 측 정준길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공모관계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신빙성을 입증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태블릿PC 보도 관련 핵심적 역할을 한 손 사장 때문에 최씨가 ‘비선실세’가 됐다”며 손 사장의 증인 채택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증인 채택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상고했다. 올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지만, 일부 강요 등 혐의는 무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최씨의 2차 공판기일은 12월18일 열릴 예정이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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