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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잘 먹을게"…박용만 회장 세월호 유족에게 팥죽 받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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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세월호 참사 유족이자 두산그룹 계열사 직원에게 팥죽을 선물 받은 사연을 밝혔다.

    절기상 동지인 지난 22일 박 회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잠 못 이루는 밤에 조금 긴 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박 회장은 “주말인데 행사가 있어 집을 나서는데 딩동! 동지팥죽 두 그릇의 선물 문자가 왔다”며 “이제는 5년이 넘었으니 이야기해도 되겠지 싶다”고 입을 뗐다. 이어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기도 한 그는 세월호 사고 당시 아이를 잃은 계열사 직원과의 인연을 회고했다.

    이데일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9월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박 회장은 “2014년 4월의 잔인한 그 날이 정신없이 지나고 다음 날 보고가 왔는데, 그룹 계열사 직원의 아이가 그 배에 탔다는 소식이었다”며 “설마 나는 해당이 없으리란 교만에 벌을 받은 듯 철렁했다”고 당시 심정을 고백했다.

    이어 “마음만 무너져 내릴 뿐 달리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채 며칠의 잔인한 시간이 흘렀고 더는 가만히만 있을 수가 없어 무작정 진도에 내려갔다”며 “눈에 띄는 게 조심스러워서 작은 차를 하나 구해 타고 조용히 실종자 가족이 머무는 체육관 근처에 가서 전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꺼칠한 얼굴로 나온 아이 아빠가 내게 ‘괜찮으니 들어가자’고 했다. 내가 들어가도 되나 싶어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레 들어서는데 눈에 들어온 광경이 너무나도 처참했다”고 회상했다.

    박 회장은 “체육관 바닥에 매트가 깔려있고 이불 더미가 간격을 두고 널려 있었다“며 ”가족들이 더러는 바닥에 앉고 누워 있다가 무슨 소식이 왔는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게시판 쪽을 향해 달려가는 그 장면 자체가 참으로 처절했다. 가끔 설움인지 놀람인지 악을 쓰듯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TV를 통해 봤어도 소리와 현실이 더해진 그 자리에서 받는 충격은 상상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충격 때문에 뭐라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몇 마디 위로를 간신히 전하고는 그냥 다시 돌아섰다“며 ”무슨 일이 있건 어떤 이유에서건 상처받은 유가족을 향해 비난하거나 비아냥을 하는 것은 정말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지인인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에게 아이를 잃고 큰 충격을 받았을 직원을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직원의 회사 대표를 물러 당부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당시 (직원) 소속 계열사 대표를 불러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 아빠가 가족으로서 해야 할 일 하도록 내버려 둬라’고 했더니 참으로 고맙게도 ‘네. 회장님. 안 그래도 이미 그러고 있습니다’고 한다. 그 말이 참으로 든든했다“며 ”그 후 그 애 아빠와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난 해준 게 별로 없었는데 동지라고 내게 팥죽을 보내주는 정이 고맙기 짝이 없다”며 “정작 나는 세월 가며 잊고 있었지 싶어 또다시 뒷북친 기분에 마음이 무겁고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길 수밖에 없다. 잘 이겨낸 가족과 도움을 주신 정혜신 박사 내외를 위해 기도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안 차장 고마워. 팥죽 잘 먹을게”라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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