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열린 본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의장석으로 향하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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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토요일인 28일에도 쉼 없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갔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앞서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벌인 설전에 이은 ‘필리버스터 국회 2라운드’인 셈이다.
한국당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을 거론하며 공수처 반대 논리를 폈다. 이날 오전 5시 52분 발언을 시작한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송철호 울산시장을 거명하며 공수처를 비판했다. 정 의원은 “공수처가 대통령의 ‘30년 지기’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지극히 순진무구하거나 권력기관의 생리를 모르는 것”이라며 “공수처가 설치되면 전직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되고 구속되는 한국 정치의 병폐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신보라 의원은 “지금 중요한 것은 공수처가 아니라 청와대 ‘선거농단’에 대한 정확한 수사와 진실 규명”이라며 “해괴하고 웃기는 상황은 공수처법을 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찬성토론에 나와 ‘셀프칭찬’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이어지고 있다.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위)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아래)이 발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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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공수처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찬성 토론’을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검찰청이 공수처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을 의식한 듯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 과업을 윤 총장에게 맡겼는데, ‘윤석열표’ 수사를 하고 있다. 대단히 서운하다. 대단히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이 신봉하는 헌법상의 원리와 현재 수사가 조화하고 있는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되짚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 의원은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나경원 한국당 의원을 겨냥했다. 백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에 대한 수사는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반면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더디게 진행된다”며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을 언급하며 공수처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노회찬 의원께서 2016년 7월 공수처 법안을 제일 먼저 발의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에겐 죄송하지만, 공수처 법안 저작권도 정의당이 갖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여 의원은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노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경남 창원성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번 임시국회 필리버스터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28일 자정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도 자동 종료된다. 이전에 4~5시간 넘게 토론을 이어가던 의원들은 이번엔 1~2시간씩 짧게 시간을 잡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새 임시국회 회기를 오는 30일로 요구했고, 공수처 법안은 30일 바로 표결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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