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각류의 거대한 공룡들은 몸체가 거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사진=영화 '다이너소어' 스틸컷]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6500만년 전 혜성의 충돌로 멸종하기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물은 공룡이었습니다. 모든 공룡이 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우리가 '용각류'라고 부르는 공룡들의 체구는 크고 거대했습니다.
용각류라고 불렸던 공룡들은 대체로 목과 꼬리가 길고 네 발로 걸었습니다. 아르헨티노사우르스, 브라키오사우르스, 아파토사우르스 등이 대표적인 공룡들입니다. 이들 용각류 공룡들은 몸길이가 보통 20m가 넘었습니다.
아르헨티노사우루스의 경우는 체중이 약 100톤(t)에 달했는데 이는 인도코끼리 20마리의 무게에 해당합니다. 사람과 아르헨티노사우루스를 비교하면, 척추뼈 하나가 사람만 할 정도로 그 크기는 압도적입니다.
이들의 화석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20세기 중반까지 이렇게 거대한 신체를 가진 용각류 공룡들은 땅에서 절대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고, 물 속에서 생활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왜 이처럼 체구가 크고 거대했던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그 첫 번째 이유로 공룡이 몸속에 가졌던 '기낭'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공룡이 지구에 등장하기 직전인 고생대 폐름기 말 지구의 산소 농도는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룡은 몸 속에 기낭을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기낭이란, 폐와 연결된 공기주머니로 공룡의 화석을 보면, 기낭이 자리잡은 곳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기낭은 중력으로부터 받는 힘을 줄여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몸집이 큰 공룡에게는 몸무게를 30% 이상 가볍게 해주는 기낭 덕분에 움직이며 사냥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공룡이 거대할 수밖에 없었던 두 번째 이유는 '산소' 때문이라고 합니다. 트라이아스 초기에는 지구의 산소가 저농도였지만 쥬라기와 백악기로 넘어가면서 산소는 증가합니다. 작은 생물은 저농도 산소 환경에서도 체내에 충분히 산소를 공급할 수 있지만 대형 생물은 산소가 부족하면 성장할 수 있는 크기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생물은 산소를 통해 에너지원을 공급받는데, 대형 생물의 경우 원활한 산소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에너지원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쥬라기초부터 후기까지 산소 농도가 소폭 증가하더니 쥬라기 후기부터 백악기 후기까지 산소가 대폭 증가하면서 거대한 공룡들이 살아나갈 수 있던 환경이 조성됐고, 개체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공룡들이 거대하게 만든 것은 산소뿐 만이 아니었습니다. '식물'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당시 식물을 먹던 초식공룡들의 장이 길어지면서, 체구도 덩달아 커졌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중생대 쥬라기 때는 지금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대 8배까지 높았습니다. 따라서 식물들의 광합성량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았고, 식물의 크기도 엄청나게 컸으며, 성장 속도도 무지 빨랐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시 발견된 소나무의 조상격인 송백류들은 둘레가 3m를 넘었고, 크기도 60m로 훌쩍 넘었습니다. 그러나 식물들의 영양성분은 형편없었고, 단백질 합성량도 떨어져 당시의 초식 공룡들은 크기만 컸지, 영양가 없는 식물들만 먹은 셈입니다.
영화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의 한 장면. [사진 영화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 스틸컷]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부족한 영양분을 채우기 위해 초식 공룡들은 엄청난 양의 식물들을 먹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트라이아스기 후기부터는 곤충들까지 번성하면서 식물들도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보호해야 했고, 이를 위한 진화를 거듭해 질겨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초식 공룡들은 억세고, 질기며 커다란 식물들을 대량으로 먹을 수 밖에 없었고, 이를 소화시켜야 했습니다. 초식 공룡들은 소화를 위해 장이 길어질 수 밖에 없었고, 일부 공룡들은 장이 길어지면서 덩달아 덩치가 커진 것입니다. 생존을 위해 유리한 자연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공룡이 거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결국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산소가 없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 속에 기낭을 만들어야 했고, 저농도 산소환경에서 공농도 산소환경으로 변함에 따른 개체수 증가, 질기고 영양가 없는 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한 신체의 진화가 덩치를 키운 것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