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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단독] ‘고유정 前남편 살해 부실수사 논란’ 경찰서장 경징계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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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남편 살해 수사 초반부터 부실수사 의혹 불거져…여청과장·형사과장은 경고

경찰청·충북청·청주상당서, ‘의붓아들 살해 초동부실 의혹’ 징계 검토조차 안해

헤럴드경제

지난해 6월 6일 제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 중인 고유정.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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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고유정(36)의 전 남편 살해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현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이 부실수사, 홍보규칙 위반 등을 이유로 경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에 관여했던 당시 여성청소년과장과 형사과장은 경고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전 남편 살해 사건과 함께 초동수사 부실 의혹을 받았던 청주상당경찰서의 의붓아들 살해 사건 수사팀에 대한 징계에 대해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달 말 징계위원회를 열어 박 전 서장에 대한 경징계를 의결했다. 경징계는 1~3개월동안 보수의 3분의 1을 줄이는 감봉과 6개월간 승진 등이 제한되는 견책으로 나뉜다. 경찰청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박 전 서장의 경우 미흡했던 초동조치과 공보규칙 위반 등의 책임을 물러 징계위에 회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종 수사를 맡은 여성청소년과장과 살해사건을 수사한 형사과장의 경우 징계위에 회부되지 않고,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청 관계자도 “징계위에서 박 전 서장에 대해 경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면서도 “박 전 서장이 받은 경징계의 종류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은 수사 초반부터 불거졌다. 고유정의 범행 전후 모습이 찍힌 제주 제주시 조천읍의 펜션 인근 주택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경찰이 아니 피해자 남동생이 찾아냈다. 경찰은 또 전 남편 살해의 주요 증거인 수면제 성분의 졸피뎀 약봉지를 압수 물품에서 빠트렸다. 졸피뎀 약봉지의 존재 역시 경찰이 아닌 고유정이 재혼 남편 A(38) 씨를 통해 드러났다. 이후 경찰청은 제주에 진상조사팀을 파견해, 부실수사 의혹 일부가 사실임을 밝혀냈다.

특히 박 전 서장은 지난해 7월 초 정기 인사로 제주지방경찰청 정보장비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자신의 카카오콕 메신저를 통해 기자가 요청하지도 않은 고유정 체포 영상을 자발적으로 전송 하기도 했다. 언론에 수사 내용을 알릴 때에는 공보 책임자나 관서장이 하도록 돼 있는 경찰청 공보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박 서장이 체포 영상을 배포한시기는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 논란이 확산되는 시점이라,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박 전 서장은 서장 재직 시절 중 현장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자 “현대판 조리돌림”이라고 반박한 인물이다. 조리돌림은 죄를 범한 사람을 마을을 돌려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형벌이다.

전 남편 살인 사건을 수사한 제주동부경찰서 뿐 아니라, 의붓아들 사망사건을 수사한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도 초동수사 부실 의혹이 제기된바 있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경찰청·충북지방경찰청·청주상당경찰서 모두 당시 수사팀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검토하거나,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해 3월 고유정의 의붓아들 A(5) 군이 사망했을 당시. A 군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의 아버지 A 씨에 집중해 수사를 진행했다. 그해 5월 고유정이 긴급체포되고 의붓아들 사망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자, 경찰은 고유정으로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했다.

물적 증거 부족으로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던 경찰은 결국 법률자문단의 자문단을 꾸렸다. 경찰은 이들의 자문을 거쳐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A씨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진행한 청주상당경찰서 관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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