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의 깜짝 발표로 알려진 태 전 공사는 11일 4·15 총선에 출마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한국당은 탈북자 가운데 처음으로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힌 태 전 공사를 서울에서 전략 공천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력 후보지로는 험지 출마를 선언한 이종구 의원이 비워준 강남갑이 1순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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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어 "그간 탈북민은 주로 비례대표로 영입했지만, 태 전 공사처럼 지역구에 출마해 당당히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고 자처한 사람은 처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을 믿고 사선을 넘어왔다"며 "저는 오늘 국민 여러분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선언했다.
지난 1962년 평양에서 태어난 태 전 공사는 1980년 베이징외국어대학 부속중학교 영어과를 나왔으며 북한으로 돌아온 뒤 1984년 5년제 평양국제관계대학, 1988년 베이징외국어대학 영문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1988년 북한 외무성 유럽국 지도원에 들어간 태 전 공사는 김정일 전 북한국무위원장 총비서의 전담통역 후보인 덴마크어 1호 양성통역관으로 선발돼 덴마크 유학길에 올랐다.
1993년 덴마크 주재 북한대사관 예하 서기관으로 활동한 태 전 공사는 스웨덴으로 자리를 옮긴 뒤 귀국, 유럽연합(EU) 담당 과장을 거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맡았다.
한국에는 2016년 8월 17일 망명했다. 북한대사관 내 서열 2위에 해당하는 고위급 외교관의 탈북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도미노가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국으로 망명한 태 전 공사는 국가정보원의 경호 속에 강연과 간담회 등을 통해 북한의 소식을 전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태 전 공사는 북핵 위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제재 강화' 밖에 없다며 탄탄한 한미공조는 물론, 일본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로 싸우기만 하는 것으로 통일이 그냥 오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무조건 한쪽 의견만 들어준다고 통일이 오는 것 또한 아니다"라며 "서로를 알아가고, 교류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통일을 이뤄낼 수 있다. 제가 그 역할을 감히 맡아보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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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전 공사는 탈북자 가운데 처음으로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후보로 나선다. 그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북한체제와 정권의 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 내의 엘리트들,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의 옛 동료들인 북한 외교관들, 특히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북한의 선량한 주민들 모두가 희망을 넘어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의 지역구 출마에 대해 당 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인재영입 경쟁에서 민주당에 비해 흥행 측면에서 밀렸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황교안 당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북한에 일어난 최근에 일들까지 자세하게 알고 계신 역량있는 분,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분이 큰 결단을 내려준 것에 대해 고맙다"며 "앞으로 한국당과 뜻을 같이하며 큰 뜻을 펼쳐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3선의 김용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태 전 공사의 결심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귀히 잘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태 전 공사한테 수도권 험지에 나가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선거운동을 해서 이기라는 건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초강세 우세지역에 전략공천을 한 다음에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지 국민에게 경각심을 주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태 전 공사의 강남지역 출마에 대해 "강남도 예전 같지 않다. 탄핵 이후에 많이 무너져 있기 때문에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라면서도 "그러나 태 전 공사가 간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공관위에서 잘 선택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taehun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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