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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대법관 후보자도 "사법농단, 형사처벌 묻긴 어려워"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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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소된 전·현직 판사 5명, 1심 재판에서 줄줄이 ‘무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강력한 권한 행사를 뜻하는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대법관 후보자 입에서 “유죄가 나오기 어려울 정도”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 5명이 줄줄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정권교체와 대법원장 이·취임에 편승해 사법부 물갈이를 시도한 무리한 수사 및 기소 아니었나’ 하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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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 연합뉴스


    노태악(58·사법연수원 16기) 대법관 후보자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관한 질문을 받고 “유죄가 나오기 어려울 정도라고 판단했다”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노 후보자는 2018년 이 사건을 놓고 대법원 스스로 사실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꾸렸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에 참여한 바 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의 질문에 “전체적으로 이 상태에서 형사처벌을 묻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판단했다”며 “현재 자료만으로는 유죄가 나오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노 후보자의 인식은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만으로 충분히 입증된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유해용 변호사를 시작으로 현직인 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까지 기소된 전현직 법관 5명이 1심에서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 사건은 양 전 대법원장 임기가 거의 끝나가던 2017년 3월 처음 불거졌다. 법원행정처가 박근혜정부로부터 법원 신설과 더 많은 예산 배정 등 지원을 받기 위해 정권의 이해관계가 걸린 민감한 사건에서 정부를 좀 배려해줬다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서 비롯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말기에 터진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에서 ‘농단’이란 어구를 빌려 와서 사법에 붙여 ‘사법농단’이란 해괴한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으나 2017년 9월 양 전 대법원장이 임기만료로 물러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새 국면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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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사법부 창설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손뼉을 치고 있다. 문 대통령 바로 왼쪽이 김명수 대법원장. 대법원 제공


    2018년 9월 사법부 창설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철저한 규명을 주문했고, 김 대법원장은 엄연한 ‘3권분립’ 원칙에도 불구하고 이 주문을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후 검찰이 관련 수사에 착수, 법원 판사들이 줄줄이 검사실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일부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기소되는 것으로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수사·기소는 일단락된 상태다.

    하지만 올 들어 기소된 전현직 법관 5명이 1심에서 줄줄이 무죄를 선고받으며 ‘애초 무리한 수사·기소였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법원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사법연구 발령을 내 재판 업무에서 배제시켰던 판사 8명 중 7명을 최근 일선 재판에 복귀시키기로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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