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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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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주목못한 디지털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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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가, 손가락으로 톡톡 눌러 치는 스마트폰 카카오톡이 되기까지. 이 사람을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세상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데 기여한 과학자. 클로드 섀넌이다. 1948년 그는 '통신의 수학적 이론'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전자정보통신을 발달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섀넌 나이 고작 서른 두 살 때였다. 논문은 "모든 정보를 비트라는 작은 단위로 추상화할 수 있다"고 선언하며 정보통신 혁명의 전기를 마련한다. 미국의 정책연구기관 아스펜연구소 회장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은 "클로드 섀넌이 '정보의 대헌장'을 썼다"고 평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 주필인 지미 소니와 미국 유명 기고가 로브 굿맨이 '언성 히어로(숨겨진 영웅)' 섀넌에 대한 신작 전기(傳記)를 발표했다. '저글러, 땜장이, 놀이꾼, 디지털 세상을 설계하다'는 디지털 세계의 아버지임에도 미디어가 전혀 부각하지 않은 섀넌을 조명한다.

'저글러(공을 돌리는 놀이인 저글링을 하는 사람), 땜장이, 놀이꾼'이라는 수식에서 유추할 수 있듯 섀넌은 괴짜 중에 괴짜였다. 천재적인 능력에도 유명인 행세를 하는 것에는 학을 뗐다. 그의 이론을 기반으로 전화·컴퓨터·위성TV 등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는 오히려 미디어로부터 철저히 숨어들었다.

삶이 연구였고, 연구가 삶인 인생을 그는 살았다. 꽉 막힌 연구소에서 놀이하듯 연구를 즐겼다. 디지털 회로를 개척하는 동안에도 손에 잡히는 재료를 이용해 저글링 로봇을 만들었고, 불을 뿜는 트럼펫을 만들고는 미소짓는 괴짜 박사였다.

손가락 하나로 지구촌 소통을 가능하게 한 사람. 그러나 정작 본인은 누구보다 소통이 부족했던 위대한 자, 클로드 섀넌. 알맹이는 없고 화려한 화술만 앞세운 선무당 시절이기 때문일까. 전문가는 뒷전인데, 정치인이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시대인 탓일까. 그의 전기가 어느 때보다 반갑고 반갑고 반갑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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