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지난달 28일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편지에서 "어려운 일을 당하고 있으나, 말씀을 이루는 일이므로 참고 견디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
이 총회장은 편지에서 최근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14만4000명이 인 맞음으로 있게 된 것은 큰 환난”이라며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것처럼 “이 환난이 있은 후 흰 무리가 나온다 하였으므로, 이것이 이루어지는 순리다”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계시와 예언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이라는 뜻이다. 이 총회장은 또 “성도님들께서 어려운 일을 당하고 있으나, 말씀을 이루는 일이므로 참고 견디시기 바란다”며 “결국은 하나님의 통치로 정복하게 된다. 약속의 말씀을 지키자”고 당부했다.
신천지는 말세와 영생을 주장하는 신흥종교다. 이 때문에 기성 기독교에서는 이단으로 분류한다. 이만희 총회장은 특별편지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궁지에 몰린 신천지’를 오히려 계시록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만희 총회장은 올해 한국 나이로 90세다. 신천지 교인들은 그를 '약속의 목자' '마지막 때의 마지막 선지자'라고 부른다. [사진 HWP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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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시각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신천지 신도들이 바라보는 ‘이만희’는 어떤 인물일까. 그들이 믿는 ‘말세관’은 또 어떤 걸까. 1일 익명을 전제로 신천지 고위 관계자와 인터뷰를 했다. 그에게 ‘그들이 바라보는 신천지’에 대해 물었다.
Q : 신천지는 14만4000명이 구원을 받고 왕 같은 제사장이 된다고 한다. 현재 신천지 신도 수는 24만5000명이다. 숫자에 왜 차이가 나나.
Q : 그 말세의 때가 언제라고 보나.
A : “요한계시록 1장에 ‘속히 될 일’이라고 기록돼 있다. 그건 하나님의 계시를 직접 받은 목자(이만희)가 교회를 세우면 한 세대 안에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한 세대는 30년이다. 신천지가 세워진 지 올해 37년째다. 신천지 교인들은 마지막 때가 거의 돼간다고 믿는다.”
신천지 내부 행사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흰 양복을 입고서 단상에 올라가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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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이만희 총회장이 경북 청도에 머물 때 하늘에서 별이 내려왔고 신령체를 만났다. 그때 이 총회장은 땅에 바짝 엎드렸다. 이어서 신령체의 인도로 이 총회장은 영계(靈界)로 들어갔다. 거기서 책을 하나 받았는데, 그 책이 ‘요한계시록’이었다. 그때 비로소 ‘요한계시록’의 봉함이 풀렸다. 하나님의 계시를 직접 받았으니까. 그 전까지는 계시록에 담긴 비밀을 푼 이가 아무도 없었다. 이만희 총회장은 지금도 영계와 교통을 하고 있다.”
Q : 이만희 총회장은 신천지를 설립하기 전에도 이단 종교를 전전했다. 과천에 있던 유재열의 장막성전 등에서도 신앙 생활을 오래 했다. 현재 신천지에서 사용하는 교리와 용어도 상당 부분 그들로부터 차용하지 않았나.
A : “이만희 총회장은 1960년대 말과 70년대에 장막성전에서 활동했다. 10ㆍ26 이후 신군부가 등장하면서 종교계에도 개혁이 있었다. 교단에 가입되지 않은 교회와 사찰을 모두 철거했다. 과천에 있던 장막성전도 그때 와해됐다. 장막성전은 목사 7명이 하나님께 직접 계시를 받고 설교하던 곳이다. 지교회를 80개나 세울 만큼 당시에 세력이 강했다. ‘장막’은 하나님이 계신 곳을 뜻한다. 그때는 과천의 장막성전에 하나님이 계셨다. 그 뒤에 장막성전의 목회자가 죄를 지으면서 하나님이 떠나셨다. 장막성전의 교리와 용어를 일부 쓰긴 하지만, 계시록을 푼 사람은 이만희 총회장이 유일하다.”
신천지의 이만희 총회장은 젊었을 적에 경기도 과천의 장막성전 등 이단 종교에 몸을 담은 바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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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측은 “예전에는 과천 장막성전에 하나님이 계셨지만, 지금은 신천지에 계신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신천지도 ‘장막’이란 명칭을 사용한다. 신천지의 원래 명칭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다. 장막이 있음을 증거하는 성전이란 의미다.
Q : 1966년에 설립된 장막성전의 교주 유재열은 당시 18세였다. 한국의 이단 계보를 통틀어 가장 어린 교주였다. 유재열의 아버지를 포함한 장막성전 7명의 목사가 청계산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신천지는 그걸 어찌 보나.
A : “그건 사실이다.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걸 인정한다. 장막성전은 과천에 있었다. 지금 서울대공원의 장미 언덕 자리에 있었다. 장막성전이 망한 뒤 이만희 총회장은 청계산에 들어가 3년간 기도를 했다. 그때 성경이 머릿속에서 착착 맞춰졌다고 한다. 구약에는 모세가 하나님의 계시와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이 등장한다. 청계산(淸溪山)의 ‘계(溪)’도 ‘시내 계’자다. 그러니 청계산은 한국에 있는 시내산이다. 신천지 총회가 과천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계산은 신천지의 첫 장막이 있던 곳이다.”
신천지가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창립 기념예배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 신천지예수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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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신천지 교인에게 이만희는 누구인가.
A : “마지막 날을 대비하는 마지막 선지자다. 그래서 약속의 목자다. 요한계시록 10장에 책을 받는다고 돼 있고, 11장에 나팔을 불기 시작한다고 돼 있다. 계시록 19장에는 혼인 잔치 이야기가 나온다. 말세 때가 되면 재림하는 예수님이 14만4000명의 영과 함께 이 땅에 내려온다.”
Q : 14만4000명의 영이 뭔가.
A : “역사 속에서 순교 당한 14만4000명의 영이다. 그 영이 하늘에서 이 땅에 내려와 신천지에서 구원받은 14만4000명의 육신과 합해진다. 그게 ‘신인합일(神人合一)’이다. 다시 말해 영과 육이 결혼을 하는 거다.”
Q : 결혼한 뒤에는 어찌 되나.
A : “하늘에서 내려온 영과 결합한 육은 영생을 얻게 된다. 신천지를 통해 구원받은 14만4000명은 육신을 가지고 영원히 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왕 같은 제사장이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대거 발생한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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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만희 총회장은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를 ‘환난’이라 표현했다. 무슨 뜻인가.
A : “영에는 두 종류가 있다. 악한 영과 선한 영이다. ‘요한계시록’의 닫혔던 봉함이 어디에서 풀렸나. 한국에서 풀렸다. 누가 풀었나. 예수님의 영이 이만희 총회장에게 와서 풀었다. 그러니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마귀와 사탄이 계시록이 열린 곳으로 몰려든다. 한국으로 몰려든다. 방해를 하고 공격을 한다. 계시록에 기록된 역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마지막 때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말세가 오면 마귀와 사탄은 지옥에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환난’이라고 한 것 같다.”
Q : 마지막 때가 와서 하늘에서 영이 내려온다고 하자. 그때 이만희 총회장은 어찌 되나.
A : “재림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이 이만희 총회장의 육신에 내려온다. 그래서 이 총회장은 예수의 영과 결합하게 된다. 다시 말해 재림 예수의 영과 이만희 총회장의 육신이 하나가 된다. 신천지 교인들은 그렇게 믿는다. 지금은 이만희 총회장이 재림예수는 아니다. 선지자일 뿐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영과 결합하지 못하면 선지자라 해도 영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지막 때가 되면 이만희 총회장은 예수의 영과 결혼해 재림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마음으로 하나가 될 것이다. 그때는 육신을 가진 채 영생하게 된다.”
신천지는 마지막 때가 오면 하늘에서 순교한 영 14만4000이 내려와 신천지에서 구원받은 14만4000명의 육신과 결합해 영생을 얻는다고 주장한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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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만희 총회장은 올해 한국 나이로 90세다. 만약 마지막 때가 오기 전에 세상을 뜨면 어찌 되나.
A : “그럼 신천지는 와해 될 것이다. 말세 때에 이끌어 줄 이가 아무도 없으니까. 더구나 신천지에는 후계자도 없다. 말세가 가까이 왔다고 보기 때문에 굳이 후계자를 두지 않는다. 하늘에서 내려온 영과 결합하면 어차피 영생을 산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천지 측은 조만간 이만희 총회장이 직접 나서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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