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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르포-美대선] 투표용지에 '한글'이 등장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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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화요일 또 다른 격전지, 미국 버지니아주 선거구 탐방

버지니아 페어팩스=CBS노컷뉴스 권민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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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페어팩스 투표장 안내문(좌)과 투표용지 견본(우). 한글 안내문이 선명하다.(사진=권민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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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가 코로나바이러스 이슈로 떠들썩한 가운데 미국 대통령 선거도 어느새 중요 분기점에 이르렀다.

바로 14개 주에서 한꺼번에 대선 경선을 치르는 슈퍼화요일의 결과를 앞두고 있다. 그 가운데 한 곳인 동부 버니지아주는 더욱 중요한 격전지다.

14개 주 가운데 캘리포니아(415명), 텍사스(228명), 노스캐롤라이나(110명)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99명의 대의원을 뽑는 큰 선거구이자 경제적, 사회적으로 다양성이 높은 지역이라 슈퍼화요일의 또 다른 중심축이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소속 비엔나6 투표소가 마련된 제임스매디슨 고등학교에도 이날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추적추적 비를 맞고 투표소에 나온 유권자들은 차분히 유권자 확인을 받은 뒤에 투표용지를 교부받아 기표소에 나눠 앉아서 투표를 했다.

우리와 달리 사방이 밀폐된 공간이 아닌 간이 칸막이로 나뉘어진 책상에서 기표하는 것도 이채로웠다.

투표소 입구에 샘플로 게시돼 있는 노란색 투표용지에는 한글 안내문도 인쇄돼 있었다.

영어, 스페인어, 베트남어에 이어 네 번째 언어로 안내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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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사진=권민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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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관계자는 "페어팩스카운티에 등록된 유권자 명부 가운데 한글 이용자들이 그 만큼 많기 때문에 한글 설명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한글 안내문은 '한명만 투표', '선택항목 왼쪽의 타원형을 완전히 채웁니다'는 글귀가 선명했다.

유권자들은 이 안내대로 이미 경선 포기를 선언한 후보자들을 포함해 14명의 이름 가운데 한명의 이름 앞 타원형의 공간에 펜으로 검게 칠하는 방식으로 기표를 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들에게 누구를 찍었는지 물었다. 주저 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유권자 매리 파렐씨는 조 바이든을 찍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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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팩스 유권자 매리 파렐(우)(사진=권민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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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가 이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가 이길 수 있는 상대로 지목한 것은 트럼프 뿐 아니라 버니 샌더스도 포함돼 있다.

그는 "조 바이든은 전통적인 정치인이고 그것이 우리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경험과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며 "그는 우리에게 던져진 많은 문제들 해결할 수 있는 후보다"고 말했다.

바이든을 '전통적인 정치인'이라고 말한 것은 트럼프는 물론 버니 샌더스를 염두에 두고 한 표현으로 들렸다.

투표소 인근 가게에서 남성 유권자인 야슈 미치씨를 만났다.

그 역시 매리처럼 왼쪽 가슴에 투표 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그는 오늘 아침 7시 일어나자 마자 버니 샌더스에게 투표했다고 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정책 등 버니 샌더스의 모든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대선에서는 샌더스가 더욱 희망적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때 버니 샌더스에 열광한 사람들 가운데 10대 청소녀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그 때 그들은 유권자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들 젊은 지지자들이 버니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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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팩스 유권자 야슈 미치(사진=권민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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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렐과 미치씨의 생각처럼 슈퍼화요일의 주요 경쟁자는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 후보라는 공감대가 대체로 형성돼 있다.

두 후보에게는 이날 하루가 매우 중요한 날이다.

이날 하루에만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결정짓는 전당대회 참석 대의원의 1/3을 선출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경선 표심은 한꺼번에 양 극단을 오갔기 때문에 이날 결과가 더욱 중요하다.

버니 샌더스 후보가 그 동안 백인들과 노동자 계층의 표를 휩쓸며 대의원 누적 확보수 기준 1위를 달려왔다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슈퍼화요일 직전에 치러진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경선에서 흑인 유권자들의 몰표를 이끌어내 기사회생했다.

이 때문에 이날 슈퍼화요일은 당장 이날 결과도 중요하지만 남은 주의 경선 방향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바로미터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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