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악마의 두 얼굴… ‘학보사 기자’ vs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사방 운영자 ‘박사’ 조씨 대학 학보사 기자로 활동 전력 / “26만 가입자 전원의 신상 낱낱이 공개해달라” 청원 등장

세계일보

미성년자 16명 포함 총 74명의 피해자들의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고 텔레그램 대화방(박사방)에서 유포한 20대 남성 조모씨(닉네임 ‘박사’·사진 가운데)가 대학 재학 시절 ‘학보사 기자’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박사방’ 운영에 도움을 줬던 공범들조차 조씨의 얼굴이나 신상정보를 전혀 몰랐을 정도로 그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지난 21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조씨는 검거 직전까지 지역의 한 대학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고, 정치 관련 글을 상당수 쓴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조씨의 신상공개 결정이 날 경우 구체적인 이력 등을 밝힌다는 방침이다.

세계일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이달까지 아동성착취물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로 운영자인 ‘박사’ 조씨를 검거했으며, 서울중앙지법은 19일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재 확인된 피해자는 74명인데 이 중 16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의 자택에서는 1억3000만원 상당의 현금 뭉치가 발견돼 압수 조치된 상태다.

경찰은 조씨 외에 공범 13명을 붙잡았으며 이 중 4명은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조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스폰 아르바이트’를 모집해 피해자 74명을 유인, 나체 사진을 찍게 하고 이를 빌미로 성 착취 동영상 및 사진을 찍게한 뒤 텔레그램 ‘박사방’에 공유했다. 경찰은 ‘박사방’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n번방’으로 통칭해 수사 중이다.

조씨는 방 참여자들에게 가상화폐로 금전 대가를 받았다. 무료로 누구나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을 운영한 뒤, 영상의 수위에 따라 3단계로 유료 대화방을 개설했다. 이 유료 대화방의 입장료는 1단계 20만~25만원, 2단계 70만원, 3단계 15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씨는 ‘박사방’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회원들을 ‘직원’이라고 부르며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하거나 자금세탁,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등의 임무를 맡겼다. 직원들은 조씨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그의 말을 따랐다.

세계일보

조시는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들을 아르바이트로 모집했다. 공익요원들은 피해자들의 인적사항을 뽑아 전달했고, ‘심부름값’ 정도를 조씨에게 받았다. 경찰이 검거한 공범 13명 중 공익요원은 2명이었고, 1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현재 조씨가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통해 박사방을 이용한 유료회원들의 신상을 파악 중에 있다. 회원 숫자는 많을 때 1만명, 적을 때 수백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영상을 다운받거나 소지하는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라며 “특히 고액 유료방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범죄 영상을 유포해야 하기 때문에, 유료회원들 역시 이미 범죄를 저지른 것과 다름 없다”고 밝혔다. 향후 경찰은 유료회원들을 일일이 찾아내 처벌할 계획이다.

세계일보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조씨의 신상을 공개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3일 만에 20만 동의를 돌파한 데 이어, 22일 오전 6시 기준 160만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지난 18일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는 “타인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어린 학생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목소리가 담겼다.

청원인은 “절대로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말아달라”며 “동시접속 25만명에 어린 학생의 ○○에 ○○○를 집어넣는 걸 150만원이나 주고 관전하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삐뚤어진 성관념에 경종을 울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피해자를 겁박해 가족 앞에서 유사성행위를 하고, 이게 악마가 아니면 뭐가 악마인가?”고 분통을 터뜨리며, “타인의 수치심을 가벼이 여기는 자에게 인권이란 단어는 사치다. 언제까지 두고 보려고 하는가. 이런 나라에서 딸자식을 키우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이 뿐만 아니라,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청원글도 20일 게시돼 22일 오전 6시 100만 동의에 육박했다.

해당 글을 올린 청원인은 “텔레그램 방에 있었던 가입자 전원 모두가 성범죄자”라며 “어린 여아들을 상대로 한 그 잔혹한 성범죄의 현장을 보며 방관은 것은 물론이고, 그런 범죄 콘텐츠를 보며 흥분하고, 동조하고, 나도 범죄를 저지르고 싶다며 설레어한 그 역겨운 가입자 모두가 성범죄자다. 잠재적 성범죄자가 아닌 그냥 성범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 딸을 포함한 이 땅의 여자아이들은 그 n번방의 가입자들과 섞여서 살아가야 한다”면서 “방금 전까지 엽기적이고 변태적이고 잔혹하기 짝이없는 성범죄 영상을 보며 동조하고 이입하고 동일한 범죄를 꿈꾸던 변태 사이코패스들이, 누군지 모른채 주변에 널려 있다. 소름이 끼치지만 저희에겐 방법이 없다. 그러니, 처벌하지 않으실 것이라면 그들의 신상이라도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저는 알아야겠다. 나라가 아이들을 아동 성범죄자들로부터 지켜주지 않을 거라면, 알아서 피할 수라도 있게,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