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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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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가 단독 1위 돼야" 원주시가 직접 나서 항의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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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민 대표해 이의제기"… DB·SK 공동 1위 둘러싼 복잡한 셈법

김종규, MVP 경쟁도 불리해져

KBL(한국농구연맹) 이사회는 24일 2019-2020시즌 프로농구 조기 종료를 합의하면서 원주 DB와 서울 SK를 공동 1위로 정했다. 승률이 0.651(28승15패)로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결정에 원주시가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상대 전적에서 DB가 3승2패로 앞서므로 DB가 단독 1위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원주 DB 김종규(오른쪽)가 20일 코로나 극복을 위해 원주시에 3000만원을 기부하며 원창묵 원주시장과 함께 선 모습. /원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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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5만 원주시의 ‘농구 사랑’
원주시는 26일 보도자료를 내 “DB와 SK의 공동 1위 결정에 대해 오늘(26일) 오전 KBL 측에 이의를 제기하고, DB가 단독 1위라며 공동 1위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원주시는 “프로농구 역사상 공동 우승은 전례가 없고, 특히 KBL 대회운영요강 제19조에 따르면 성적이 동률인 경우 상대 전적이 우위인 팀이 1위가 된다”고 했다.

이처럼 연고지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연맹에 항의하는 일은 프로스포츠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원주시 관계자는 “규정대로 하면 DB가 이긴 것이고, 원주시민을 대표해 섭섭한 마음을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원주시는 DB 구단과 별도로 상의하진 않았고, KBL에 항의한 뒤 DB 측에 이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주시의 남다른 농구 사랑이 그 배경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원주시 인구는 올해 2월 기준 약 35만명으로, 수도권이나 울산·창원 등 다른 연고지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KBL 연고지 중 원주 다음으로 인구가 적은 전주도 약 65만명으로 원주의 두배 가까이 된다. 그러나 원주종합체육관의 올 시즌 평균 관중은 2937명으로 KBL 전체 평균(3014명)과 비슷했다. 흥행에서 대도시 구단에 밀리지 않는 것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팀이 오랫동안 원주에 있어서 그만큼 인기가 높고, 최근 성적이 좋아서 더 관심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DB는 1996년 창단(당시 원주 나래 블루버드) 이래 원주를 벗어난 적이 없다. 그만큼 지역과 관계가 밀접하다. 연고지는 지방이지만 연습체육관은 수도권에 있는 다른 팀과 달리, DB는 연습체육관도 원주에 있다. DB가 프로축구 강원FC와 함께 유이(唯二)한 강원도 프로스포츠팀인 것도 원주시의 농구 사랑에 한몫한다.

DB 팬들은 물론 원주시 편을 든다. 원주 출신의 한 DB 팬은 “승률이 같으면 상대전적을 따지는 게 당연하다”며 “동률이란 이유로 공동 1위로 끝낸다는 발상은 이해가 가지 않으며 SK에 너무 유리한 처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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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두경민(30번)과 김종규(15번)가 지난 1월 15일 SK와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는 모습.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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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실은 SK가 오히려 앞서…홈·원정 유·불리도
그런데 맞대결 점수를 합산하면 SK가 408대401로 오히려 근소하게 앞선다. DB로서는 1월 15일 ‘가비지 타임 버저비터’ 사건이 득실 차를 줄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당시 DB는 SK를 상대로 9점 차로 앞섰음에도 마지막 공격에 나섰고, 두경민의 3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에 SK 최준용과 전태풍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또 두 팀 간 맞대결 5번 모두 홈팀이 승리를 거뒀다. DB는 원주에서 10월 12일, 11월 17일, 1월 15일 SK를 이겼고, SK는 잠실에서 12월 29일, 2월 1일 DB를 눌렀다. DB가 상대 전적에서 앞서지만 홈에서 더 많은 경기를 치렀다는 이점 역시 안고 있는 것이다.

원주시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순위가 실제로 뒤바뀌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동 1위 결정은 KBL 10구단 단장이 모인 이사회에서 합의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이미 결정된 순위를 바꾸기 어렵다는 건 시에서도 알고는 있지만, 그만큼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 불발된 데 따른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고 생각해달라”며 “조기 종료 결정 자체에 항의하려는 뜻은 전혀 없다”고 했다.

◇MVP 경쟁에서 불리해진 김종규
프로농구는 우승팀을 정하지 않았지만 MVP(최우수선수)와 신인상 등 주요 개인상 수상자는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조기 종료로 시즌 MVP를 노리던 DB 김종규는 경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팀의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기여했다는 프리미엄을 얻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창원 LG에서 DB로 이적한 김종규는 평균 13.3점 6.1리바운드 0.8블록슛을 기록했다. DB는 김종규의 가세에 힘입어 지난 시즌 8위에서 이번 시즌 공동 1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와 MVP를 놓고 경쟁하는 허훈(부산 KT)은 평균 14.9점 7.2어시스트를 올리고 리그 사상 처음으로 득점과 어시스트로 20-20을 기록하는 등 개인 성적에선 김종규보다 한 수 위지만, 6위에 그친 팀 성적이 약점이었다. KT는 외국인 선수 이탈로 전망도 암울했다.

반면 DB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를 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DB가 리그 조기 종료로 정규시즌과 챔피언 결정전 우승 타이틀을 놓치면서, 김종규도 다소 임팩트가 떨어지는 개인 성적을 팀 성적으로 메울 기회를 놓친 셈이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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