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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폭망한 ‘S택시’ 잊었나…총선 때마다 출몰하는 ‘관제경제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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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서 한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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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4·15총선 줄 잇는 ‘배달앱’ 공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비가 얼어붙자 정부가 곳간을 풀고 있다. 정부·지방자치단체는 긴급재난지원금과 생활안정자금,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이려고 시도한다.

걱정되는 건 이런 특수 상황을 이용해서 슬그머니 등장하는 관제경제(管制經濟)의 유령이다. 관제경제는 정부가 민간 기업을 대체해서라도 시장에 직접 개입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로 선거철이 되면 표심을 노리고 출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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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가 직접 만든 지역사랑 배달앱인 배달의 명수. 사진 군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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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군산시가 내놓은 ‘배달의 명수’는 지역 음식점이 수수료·광고료를 내지 않고 배달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배달앱이다. 이를 본 안양·청주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는 각각 1일과 3일 ‘안양·청주형 공공 배달앱 도입’을 공약했고, 세종시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도 1일 공공 배달앱 구축을 촉구했다.

공공 배달앱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배달의 민족은 독과점의 횡포’라며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썼다. 정의당은 아예 ‘공공 온라인 플랫폼 지원법’ 제정이 4·15 총선 공약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국가가 개발하자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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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배달의민족을 비판하는 글을 지난 4일 오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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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사업자와 경쟁할 자신 있나



일부 정치인들이 민간 사업자를 제치고 공공 배달앱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배달앱이 소상공인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물리거나 비용을 전가한다는 시각이다. 김진철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은 “중소상인 자영업자의 판촉비·광고비·배달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독일 배달서비스 전문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최대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이후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영세 점주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논란 확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직접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민간 사업자와 경쟁하자는 아이디어는 무리수다. 소비자 선택이 좌우하는 시장 영역에서 시장과 정부가 한 판 붙는다면 세금 낭비로 귀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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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이용해서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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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낭비로 끝난 사례 부지기수



이미 지자체가 세금을 쏟아부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가, 예산만 잔뜩 쓰고 소리소문없이 문 닫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서울시가 택시 승차 거부를 근절한다며 내놓았던 애플리케이션(S택시·지브로)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10억3000만원을 투입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서울시가 선보인 간편 결제 서비스(제로페이)도 출범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았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가 38억3100만원을 들여 개발한 공공 애플리케이션(60개) 중 41.7%(25개)가 세금 낭비로 끝났다(2018년 기준).

근본적으로 민관의 생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도태하는 민간 사업자는 생존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든다. 이에 비해 관청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조직 구조상 민간보다 의사결정이 느릴 수밖에 없고 담당자도 주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 장기간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신속한 서비스 제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실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은 빙산의 일각이다.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으려면 개발보다 중요한 게 운영이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한때 인기였던 애플리케이션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도태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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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 영역에 직접 뛰어들 땐 신중히 해야 한다. 세금 낭비는 물론, 시장 교란으로 산업 육성까지 방해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기업과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경쟁력 있는 기업이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시장에 플레이어로 뛰어들기에 앞서, 정부가 본연의 역할은 제대로 하고나 있는지 돌이켜볼 일이다.

문희철 산업1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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