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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막말'에 발목 잡힌 통합당… 김대호 이어 '세월호 텐트' 차명진도 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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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이 고작 일주일 남은 시점에 미래통합당이 후보들의 잇따른 ‘막말’ 논란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7일 서울 관악갑 김대호 후보가 ‘30·40 폄하’, ‘노인층 비하 발언’ 논란으로 제명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8일에는 경기 부천시병 차명진 후보도 ‘세월호 유족’을 향한 심한 막말로 후보직을 박탈당했다. 앞서 당 지도부가 “말 한마디가 선거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고 당부했음에도 ‘인천 촌구석’, ‘문 대통령 무상급식’ 발언 등 막말 파동이 계속되자 통합당이 표 결집에 애를 먹으리란 예측도 나온다.

◆사과했던 차명진, 또 ‘세월호’ 막말

지난해 ‘세월호’ 막말로 당에서 징계를 받았던 차 후보가 또 다시 세월호 유족 폄하 발언을 해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차 후보는 지난 6일 OBS 주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해 차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세월호 막말’ 관련해 입장을 밝히라고 하자, 돌연 세 사람의 성관계를 의미하는 은어를 언급하며 “XXX사건이라고 아세요?”라고 되물었다.

차 후보는 이어 한 매체를 인용해 “그야말로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면서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그야말로 세월호 텐트를 성역시해서 국민의 동병상련으로 국민성금 다 모아서 만든 그곳에서, 있지 못할 일이 있었던 것 알고 있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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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차명진 부천병 후보(왼쪽)가 지난 6일 OBS 주최 후보자 토론회 녹화에서 세월호 유족 관련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당 선대위로부터 제명 위기에 놓였다. 김상희 의원실 제공


차 후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숙하기는커녕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대표를 마치 세월호 주범인 것처럼 몰아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권력을 장악한 자들에게, 저는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표현이 특별히 거칠어서 혹시 당사자가 아닌 진짜 세월호 유가족 마음에 상처를 드렸으면, 이 자리를 빌려서 정말 죄송하다”면서도 “하지만 세월호를 이용해서 그야말로 대통령을 쫓아내고, 억지 누명을 씌워서 쫓아내고 그것을 이용해서 권력을 획득한 자들, 그리고 지금까지 그것을 우려먹는 자들, 세월호 국민의 동병상련을 이용해서 세월호 성역 텐트에서 있지 못할 일을 벌인 자들, 그분들을 향해서 저는 그런 얘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 후보는 지난해 4월15일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날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라고 써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논란이 컸던 공천 이후 차 후보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족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했지만 최근 다시 한 번 막말 논란을 일으켜 ‘사과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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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마시는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뉴시스


◆김종인 “최소한 국회의원 후보면 말 가려서 해야” 비판

통합당은 즉각 차 후보를 제명키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충남 아산 지원유세 도중 차 후보의 발언을 보고받고 “공직 후보자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라며 “방송 전에 조치를 취하라”고 즉각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정권을 심판해달라는 국민의 여망을 받아 전국에서 노력하는 모든 후보를 분노케 한 일”이라며 “최소한 국회의원에 입후보한 사람 정도면 말을 가려서 해야 할 것 아니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그 사람 한 사람으로 인해 많은 후보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조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부적절하고 막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선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엄중 경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무상급식’, ‘인천 촌구석’ 등 계속된 통합당 막말 논란

통합당의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31일 통합당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 진행자 박창훈씨가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후 교도소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그런가 하면 인천 연수갑에 출마하는 정승연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를 ‘촌구석’이라 표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 후보는 이날 자신의 선거사무소를 격려차 방문한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을 소개하면서 “평소 존경하는 유 의원이 인천 촌구석까지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인천 시민들이 “제2의 ‘이부망천’ 발언”이라며 거세게 반발하자 정 후보는 “‘인천 촌구석’ 발언은 제 고장을 찾아준 손님에게 건넨 미덕 차원의 인사말이었다”며 “다만 부주의한 발언에 대해서는 깊이 사과드리며 이후 언행에 각별히 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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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논란'으로 미래통합당 서울 관악갑 후보에서 제명이 결정된 김대호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 중앙당사 앞에서 입장을 발표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이에 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후보들의 입단속에 나섰다. 지난 1일 박형준 위원장은 “전국 각지에서 우리 후보들이 정말 열심히 잘 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말 한마디가 선거 판세 좌우할 수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며 “정권과 여당의 잘못에 대해서는 비판하되 정도와 품격을 지키고 국민 앞에 낮은 자세 임해주시길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통합당의 막말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대호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선대위 회의에서 “60∼70대에 끼어있는 50대들의 문제의식에는 논리가 있다. 그런데 30 중반,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말한데 이어 다음날인 7일 관악갑 총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장애인들은 다양하다. 1급, 2급, 3급…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고 노인층 비하로 비칠 수 있는 발언까지 함에 따라 당 지도부가 ‘제명’ 결단까지 내렸다는 판단이다.




제명된 후보는 무소속으로도 출마할 수 없고, 당은 해당 지역구에 새로운 인물을 출마시킬 수도 없어 ‘출혈’이 크다. 그럼에도 통합당이 김대호 후보에 이어 차명진 후보까지 발 빠르게 제명한 것은 막말 논란이 총선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 의식이 작동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후보는 당의 결정에 반발해 재심 신청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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