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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어리다고 용서해야 하나" 'n번방' 10대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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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난달 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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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텔레그램에서 10대, 20대 여성들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n번방', '박사방' 등 디지털성범죄 혐의로 검거된 223명 중 65명이 10대 미성년자로 밝혀지면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사건으로 지난 9일 기준 223명(디지털성범죄 혐의 등)이 검거됐다. 피의자 연령대는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10대가 약 29%인 65명이나 됐다. 이밖에 30대가 43명, 40대가 4명, 50대 이상이 6명으로 조사됐다.


n번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을 비롯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운영자 56명, 성 착취물을 유포한 혐의 64명이다. 100명은 성 착취물을 소지했다 검거됐다.


특히 조주빈의 범죄를 적극적으로 도움 공범들 중에도 10대가 여럿 포함됐다. 박사방 운영진이었던 닉네임 '태평양' 이모군(16)과 '부따'로 활동하며 박사방 참가자를 모집·관리하고 조주빈에게 범죄수익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강모군(18) 등이다.


심지어 성착취물을 돈을 받고 재판매·유포한 '디스코드 n번방' 운영자 중 한 명은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범행 당시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만 12세 소년도 있었다.

신상공개도 처벌도 불가능한 10대들

경찰은 범죄의 위중성을 감안해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미성년자들은 고려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2001년생으로 알려진 부따 등 일부 피의자들은 올해 생일이 지나면 만 19세가 되는만큼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어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신상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2001년 이후 출생자들의 경우에는 법적으로 신상공개가 불가능하다.


범행에 가담한 미성년자인 피의자들은 신상공개은커녕 처벌 자체도 솜방망이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19살 미만 대상인 소년법은 장기와 단기로 나눠 선고가 이뤄지는데 2년 이상 유기형의 경우, 장기 10년·단기 5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구형량보다 실제 선고형량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관대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는 규정에 따라 전과기록조차 남지 않는다.


10대들이 성인 못지 않은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반면 처벌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n번방 가담자 중 10대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소식이 발표된 이후 미성년자라도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청원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나이 상관없이 n번방 모든회원들 신상공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린 청원자는 "나이가 어리다고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청소년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짓이고 똑같은 벌을 받아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 신상공개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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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0월15일 '소년법 폐지를 요구합니다' 카페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소년법 개정 촉구 캠페인을 하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소년법·촉법소년법 개정·폐지 여론 커져

사실 '나이'를 이유로 다소 약한 처벌을 받는 소년법과 촉법소년법은 지난 수년 간 뜨거운 감자였다. 10대 미성년자들의 죄질이 나날이 포악해지고 있기 때문. 성범죄만 놓고 봤을 때도 최근 4년새 1469명에서 1633명으로 늘었고, 아동 성착취물 관련 범죄도 791명에서 1424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촉법소년법 폐지를 요구하고 나선 또 다른 청원자 역시 "n번방 다수 가해자들이 10대때부터 범죄를 저질렀고, 현재 10대들 역시 악질 범죄에 가담했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면서 "10대들의 범죄를 눈 감아주고 잘 자라기만 바라는 게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일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과거에 만들어진 법으로 현재 벌어지는 범죄를 다루다 보니 잘못된 처벌과 낮은 형량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또 다른 범죄의 씨앗이 될 것이며 10대라는 이유로 성범죄, 살인, 강도죄 등을 사면받을 수 있는 면죄부가 되는 시대는 끝이 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처벌연령 하향, 촉법소년법 폐지 등이 소년 범죄 예방에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전체 소년범 가운데 촉법소년 비율은 1% 아래로 매우 낮고,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 다수가 한부모 가정이나 가출 소년 등 사회에서 소외된 아이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하향하지 말 것을 당사국에 촉구할 뿐만 아니라, 더 올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소년범을 엄벌하는 게 소년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소년범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재범률, 특히나 단기간 재범률의 증가로, 소년범죄 예방정책은 청소년이 재비행에 노출되는 환경을 줄이는 쪽으로 종합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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