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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온라인 개학으로 네트워크 인프라가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트래픽 공룡'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를 상대로 기습적인 법적 조치에 나섰다. SK브로드밴드에 인터넷망 이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넷플릭스를 향한 '무임승차' 비판론을 불사한 초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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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망 이용료 지급 의무 없다"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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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대해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14일 밝혔다. SK브로드밴드에서 망 이용 대가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급 의무가 없다는 게 요지다.
넷플릭스는 "소비자에게 요금을 받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콘텐츠제공업자(CP)에도 망이용 대가를 받는 것은 이중적이고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 투자할 뿐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건 ISP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재를 진행했지만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며 "소송과 별개로 공통된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여전히 협력은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의 신청 이후 진행돼 온 방통위의 중재 절차는 넷플릭스의 소송으로 중단된다.
이번 소송에는 페이스북과 방통위간 송사의 전례를 감안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넷플릭스의 자신감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법원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인터넷 서비스 유지의 책임은 CP가 아닌 ISP에 있다며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급증하는 트래픽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소송 내용을 검토한 후 후속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중재가 중단된 만큼 맞소송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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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개학·킹덤2이 재소환한 '무임승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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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190개국 1억6700만명이 돈을 내고 가입한 세계 1위 OTT다. 국내 유료 가입자도 2018년 40만명에서 올해 200만명으로 5배 늘었다. 올해 국내 OTT 이용자의 넷플릭스 이용률은 28.6%로 전년 11.9%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유튜브(93.7%), 네이버(43.1%)에 이은 3위다.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넷플릭스는 '트래픽 공룡'으로도 통한다. 넷플릭스가 전세계 트래픽의 15%를 유발한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세계에서 트래픽 폭증 문제가 발생하자 넷플릭스가 유럽에서 스트리밍 품질(비트 전송률)을 일시적으로 낮춘 이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 폭증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국내 인터넷 트래픽은 최고치 기준으로 1월과 견줘 13%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유발하는 트래픽 효과도 작지 않다. 자가격리와 재택근무 확대로 온라인 동영상 소비가 폭증세여서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킹덤 시즌2의 인기몰이가 단적인 예다. 오는 16일 2단계 온라인 개학으로 400만 명의 원격수업이 이뤄지면 인터넷 트래픽은 더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
킹덤2 / 사진제공=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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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픈 커넥트' 카드로 줄세우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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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넷플릭스는 한국에선 스트리밍 품질을 아직 낮추지 않았다. 고화질 영상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국내 네트워크 사용료도 지불하지 않는다. 통신업계에서 넷플릭스가 미국 버라이즌과 프랑스 오렌지 등 일부 통신사엔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본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인터넷망 인프라에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넷플릭스는 "계약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요구하는 방식으로 망 이용료를 주는 곳은 없다"고 부인한다.
그러면서 정당한 망 사용료를 분담하라는 국내 통신사들의 요구에 '오픈 커넥트'((Open Connect Appliances) 방식의 대안을 들고 나왔다. 오픈 커넥트는 넷플릭스가 세계 각국 통신사 네트워크에 물류창고 개념의 캐시서버를 무상으로 설치해 주고 콘텐츠를 새벽 시간대에 미리 저장해 두는 넷플릭스형 '새벽배송’ 프로그램이다.
오픈 커넥트를 무기로 세계 각국 ISP의 속도 지수를 자체 측정해 공개하는 압박 수단도 활용한다. 계약을 맺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속도를 매달 비교해 도입을 유도하려는 '줄세우기'란 비판이 나온다. 국내에선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 딜라이브 등이 오픈 커넥트를 활용한다. 넷플릭스가 각국 2~3위 통신사와 먼저 오픈 커넥트 계약을 체결한 후 품질을 평가해 상위 사업자를 압박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판매자(넷플릭스)가 상품(콘텐츠)을 물류센터(캐시서버)로 미리 옮겼더라도 상품을 소비자(콘텐츠 이용자)에게 전달하려면 고속도로(인터넷망) 통행료나 배송비도 필요하다"며 "넷플릭스가 새벽배송을 한다면서 통행료과 배송비를 망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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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김주현 기자 n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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