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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넷플릭스가 선택한 750억 영화 '익스트렉션'…한국 영화 투자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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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온라인 시청 서비스 '넷플릭스'에 액션 영화 '익스트랙션'(Extraction)이 공개됐습니다.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가 특수부대 출신 용병 역활을 맡아 방글라데시 다카에 납치된 10대 소년을 구출하는 내용입니다. 크리스 헴스워스판 '아저씨'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넷플릭스 오리지널인만큼 극장 개봉없이 곧바로 넷플릭스에만 공개됐습니다. 국내외 액션 영화팬들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이미 속편에 대한 기대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경우 내년쯤에 제작에 들어가 2022년쯤 공개되지 않을까 하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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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랙션 촬영팀이 달리는 자동차 보닛에 앉아 앞서 가는 배우들의 액션 차량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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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랙션'에선 특히 12분간 한 번의 촬영으로 쭉 이어지는 이른바 원 테이크(one take) 액션 장면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연출을 맡은 샘 하그레이브(Sam Hargrave) 감독은 '어벤져스:엔드 게임' 등 마블 시리즈의 스턴트 코디네이터(stunt coordinator) 출신입니다. 카메라 흔들림이 심해 어지럽다고 느끼는 분도 있지만, 이 정도 액션 시퀀스를 짤 수 있는 감독은 손에 꼽을 듯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one take 촬영보다 넷플릭스가 이 영화의 기획과 제작에 참여하는 과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최근 한국 영화 '사냥의 시간'의 경우 작품이 완성된 뒤 넷플릭스가 구매를 결정했죠. 하지만, 익스트랙션은 그 전 단계부터 협의가 시작됐습니다. 그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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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넷플릭스는 '익스트랙션' 오리지널 제작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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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영화는 순제작비 규모부터 다릅니다. 6천500만 달러, 우리 돈 750억 원 안팎(주요 제작기간이었던 2019년 환율 기준)입니다. 헴스워스의 출연료만 15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가운데 최고 수준입니다. 넷플릭스는 영화 공개 후 한 달간 전세계에서 최대 9천만 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투자 단계에선 이런 예측이 어렵습니다. 또 다른 투자 판단 기준이 있었을 겁니다.

처음 이 영화를 기획한 건 안소니 루소, 조 루소 형제였습니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 등 수많은 마블 영화를 연출한 인물들이죠. 동생 조 루소는 10여년 전부터 '익스트랙션'의 스토리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유명 만화가 앤드 파크스와 함께, 먼저 코믹북으로 출간합니다. 영화 의 원작이 되는 '시우다드'(Ciudad/아래 이미지)입니다. 넷플릭스 영화에선 구출 작전이 벌어지는 장소가 방글라데시 다카지만, 코믹북에선 파라과이 도시 시우다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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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익스트랙션의 원작 만화 '시우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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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랙션 원작 코믹북 '시우다스'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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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루소는 2017년 말 '어벤져스: 엔드 게임'을 촬영 중이던 헴스워스와 하그레이브 감독에게 익스트랙션의 대본을 보냅니다. 그리고 2018년 초 자신들의 영화 제작사 'ABGO필름'을 설립합니다. 이즈음 익스트랙션의 제작 패키지(감독, 배우, 스탭, 예산 등의 구성안)가 만들어집니다. 2018년 8월 익스트랙션 제작 소식이 처음으로 전해집니다. 루소 형제가 넷플릭스에 공개할 영화 '익스트랙션' 촬영을 위해 태국과 인도에 세트를 마련했는 겁니다. 결국 이 즈음 오리지널 공급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0년 4월 공개 2년 전쯤입니다. 촬영기간은 2018년 11월~2019년 3월까지로 4개월여에 불과했습니다.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헴스워스 이외에는 대부분 지역, 특히 인도계 스타 배우들을 기용했습니다. 촬영도 상당부분 인도에서 이뤄졌습니다. 익스트랙션이 사실상 인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인도는 싼 데이터요금 덕분에 온라인 시청 서비스들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값싼 가입비의 훌루(Hulu), 많은 인도영화를 확보한 아마존 프라임 등과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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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익스트랙션 투자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영화에 대한 투자 규모와 판단 기준을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① 가입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 영화를 선정하되 감독, 배우 등 제작 패키지의 유명세를 확실히 이용한다.
② 기획-대본-촬영-후반 작업까지 2년 안에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원작 있는 작품.
③ 현재 넷플릭스가 부족한 언어나 장르의 콘텐츠를 채우는 식의 선택.
※ 드라마 투자 기준은 또 다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서 드라마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우리 영화 시장에서 돌고 있는 좋은 시나리오나 웹툰 등의 원작이 선택된다면 2년 안에, 즉 2022년 정도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나올 듯합니다. 개인적으론 ③ 기준에서 우리의 정통 사극이 선택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 사극의 인기가 높은데 비해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의 예상은 어떠신가요?

최호원 기자(bestig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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