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등교 이틀 앞두고 교육당국 개학 연기 전격 결정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 감염 상황 심상치 않기 때문
등교 또다시 연기돼 혼란스럽고 불편해하는 이들 적지 않아
전국연합 학력평가를 준비해온 고3 수험생 당혹감 상당할 듯
그동안 등교 수업을 준비해온 학교도, 등교를 목 빠지게 기다려온 학생·학부모도 거듭되는 연기에 지친 상황이다. 1주일 후에 등교가 가능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태원 클럽에서 촉발된 지역감염이 언제 진정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육부는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등을 고려해 20일께 등교 추가 연기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예정된 등교를 불과 이틀 앞두고 교육부가 이처럼 개학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등교가 또다시 연기돼 많이 혼란스럽고 불편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등교를 앞두고 전국연합 학력평가를 준비해온 고3 수험생들의 당혹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잠복 기간에는 모두가 조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조금만 더 불편한 것을 참고 차분히 등교 개학을 기다리며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11일 서울 송파구 영동일고등학교 교실이 텅 비워져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서울 이태원의 클럽에서 비롯한 코로나19 재확산세와 관련해 13일 예정된 고등학교 3학년 등교일을 일주일 연기하자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재문 기자 |
서울 이태원 일대 클럽에서 벌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등교개학이 1주일 추가 연기되면서 언제쯤 학교 내 감염 위험이 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언제, 어디서 감염자가 나올지 모르는 코로나19의 '예측불허' 상황에서 안심할 수 있는 시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단 클럽발 집단감염의 연결고리를 밝히고 이를 차단하는 게 전제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등교개학 전에 클럽발 집단감염 ‘N차 감염’ 실체부터 규명해야
1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확인된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확진자 86명 가운데 클럽에 가지 않았지만,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2차 감염 사례는 23명으로 나타났다.
접촉자 중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은 클럽발 집단감염 실체가 드러나기 전 이미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 전파가 은밀하게 일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방역당국은 현재까지 확인된 클럽발 '3차 감염'은 없다면서도 전파 연결고리가 모두 구분된 것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집단감염과 관련해 초기 감염원이 누구인지, 몇 명인지 등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를 방역하고 있다. 뉴시스 |
전문가들은 등교개학 이전에 이런 클럽발 집단감염의 'N차 감염' 실체를 먼저 밝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만약 지역사회 내 누가 감염자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등교개학을 하게 되면 학교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클럽발 감염자와 접촉한 사실을 모른 채 감염된 학부모가 있다면 학생 역시 감염됐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학교에 코로나19를 전파할 위험이 크다.
◆등교개학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판단한 뒤 운영재개 여부 판단해도 늦지 않아
등교개학에 앞서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클럽발 집단감염 발생 이전처럼 방역망 안에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교육부가 등교개학을 결정할 당시에는 국내 신규 확진자 발생이 10명 안팎을 유지했고, 해외유입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해외유입 확진자는 검역이나 2주 의무 자가격리 중 확인됐다. 지역사회에 잠재적인 감염자가 드문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등교개학 이전에 '생활 속 거리두기'에 대한 분야별 위험도를 재평가하고 단계적 일상복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클럽·주점과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한 접촉을 하는 '초위험 밀집시설'을 분류해 운영재개를 늦추자는 것이다.
등교개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한 뒤 운영재개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린 자녀 둔 학부모 “등교수업 연기 환영” vs 고3 학생·학부모 “언제까지 연기만 할건지”
교육당국이 등교수업을 1주일간 연기하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입이 얼마 남지 않은 고3 학생을 비롯한 중·고등학교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표시했지만,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학부모 등은 오히려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당장 등교수업을 코앞에 뒀다가 연기된 고3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컸다.
전국연합학력평가와 중간·기말고사 등 1학기 중 지필 고사가 최대 5번 예정돼 있어 등교수업이 미뤄질수록 입시 준비와 전체적인 대입 일정 조정 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 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이번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개학을 2학기로 미루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일부 맞벌이 부부 등 아이를 집에서 돌보기 어려운 학부모들은 예정대로 등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각 시·도 교육청은 교육부의 등교 연기 결정을 이해한다며 온라인수업 연장과 등교수업 준비에 한층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맞벌이 부부 “예정대로 등교해야”…자녀 돌봄 한계 직면
이런 가운데 교원단체들은 방역당국과의 협의에 따른 연기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단기 처방만 계속 나오고 있어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원단체들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현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등교를 연기한 것은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고 있기에 불가피한 조치"라면서도 "1~2주씩 등교 시점만 변경하는 땜질식 처방만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과밀학급의 밀집도를 어떻게 해소할지, 유치원의 개학 연기에 따른 수업 일수 부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등 구체적인 대책이 전혀 발표되지 않았다"며 "등교 수업 연기를 발표할 때도 날짜만 밝힐 것이 아니라 등교가 가능한 기준을 제시해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텐데 이런 내용이 없어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피로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도 "교육부는 아직 고3 학사 일정 운영에 대한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현장에서는 정말 낭떠러지까지 몰린 느낌을 받는다"며 "만약 여기서 더 연기가 된다면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과 학교의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학사 운영을 하라는데 중간·기말고사를 통합해 시행하는 경우만 해도 교장이 이를 결정해 통보할 때 얼마나 부담감을 느끼겠느냐"며 "교육부가 통일된 학사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언제까지 1주일씩 등교만 늦출 수 있나?…교사노조 “당국이 먼저 로드맵 제시해야”
교육부가 이제는 '언제' 등교할 것인지 보다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는 의견도 나왔다.
엄민용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대변인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 추이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 언제까지 1주일씩 등교 날짜만 늦춰야 하느냐"며 "2020학년도 학교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교육부가 먼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등교수업 일주일 재연기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제2의 이태원 클럽 사태가 없을 거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느냐"며 "감염병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면 꼭 등교를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등교 이후에도 감염병 확산에 따라 다시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이에 따른 학교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1학기 전체를 원격수업으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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