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개학 코로나19 ‘2차 대유행 촉매제’ 될 수 있다는 우려…그동안 개학 다섯 차례나 미뤄 / ‘적어도 지금은 교직원들이 유흥시설 드나들 때가 아니다’라는 말에 귀 기울여야
오는 20일 고3를 시작으로 한 각급 학교의 등교 개학이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걱정이 크다.
반면 학생까지 지역사회에서 확진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차라리 학교 안이 안전하겠다’는 얘기도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그간 학교 문은 닫아 놓고 클럽과 주점, PC방, 오락실, 노래방 등 감염 위험이 훨씬 큰 시설은 영업을 계속했으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교직원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이 모두 유흥을 목적으로 해당 지역을 찾은 것은 아닐 것이다. 교직원은 클럽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등교 개학이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싸고 2차 대유행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탓에 그동안 개학이 다섯 차례나 미뤄진 만큼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특히 학교 구성원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당국은 최근 이태원 지역을 방문한 교직원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황금 연휴 기간 이태원과 서울 논현동, 신촌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역을 찾은 서울 지역의 교직원 수는 158명으로 조사됐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들 158명 중 원어민 보조교사가 53명이다. 나머지 158명은 교사와 공무직, 자원 봉사자,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직원 등 내국인 교직원이다.
이들은 지난달 29일∼지난 6일 클럽이 밀집한 이태원 일대, 블랙수면방이 있는 서초구 논현동 일대, 확진자가 나온 주점이 있는 신촌 등을 방문했다고 한다.
경기교육청도 연휴 기간에 이태원과 신촌 등을 방문한 교직원 현황을 파악 중인데, 다만 명단은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이태원 방문 사실을 숨긴 교직원에 대해서는 인사 조치와 구상권 청구 등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이태원을 방문한 전북 교직원은 30여명이며, 그 중 원어민 교사가 20여명으로 확인됐다. 그 중 실제로 클럽을 방문한 교사는 1명으로 조사됐다.
충북에서는 교직원 23명과 원어민 교사 21명을 포함해 모두 44명이 이태원을 방문했다. 다만 클럽 방문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에서도 원어민 교사 17명이 이태원을 방문했고, 부산 역시 원어민 교사 20명이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전원 자가격리 중이다.
이들 교직원에 대한 진단검사 결과가 공개되면 등교개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육당국, 이태원클럽 등 방문한 교직원 조사중…서울 지역 교직원 수 158명으로 집계
등교 개학 후 학원 등 사교육 시설도 본격 영업에 들어가고, 학생들이 드나드는 만큼 방역당국은 부쩍 신경 쓰는 모습니다.
실제로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학원 강사가 방역 당국에 “무직”이라고 속이는 바람에 수강생과 과외생 등 중고생들이 무더기로 감염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102번 확진자 A(25)씨는 지난 2∼3일 이태원 킹클럽을 방문하고 미추홀구 보건소에서 검체 검사를 받은 뒤 지난 9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모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초기 조사 땐 무직이라고 진술, 학원 근무 사실을 밝히지 않았었다. 그러다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학원 강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추홀구는 A씨의 진술이 실제 동선과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미추홀경찰서에 A씨의 휴대전화 위치정보(GPS) 추적을 의뢰한 끝에 지난 12일 그가 학원 강사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A씨의 동선을 보면 2∼3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6일 오후 7∼11시 미추홀구 학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고교생 9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튿날에는 연수구 가정집에서 중1 여학생을 상대로 과외수업도 했다.
경기 용인의 66번 확진자가 황금연휴에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사실이 지난 6일부터 알려지기 시작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한창 커질 때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을 만나 수업을 한 셈이다.
A씨가 내뱉은 거짓말의 대가는 컸다.
◆학원강사 당국에 ‘무직’이라고 속여…내뱉은 거짓말의 대가는 컸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A씨와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는 학생 7명, 성인 4명 등 모두 11명이다.
우선 강사로 근무하는 학원에서만 고교 1학년 4명(남자 1명, 여자 3명), 고3 여학생 1명 등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로부터 과외를 받는 여중생, 그리고 여중생의 쌍둥이인 중1 남학생까지 합치면 확진 학생은 모두 7명에 달한다.
확진 학생들은 학원과 과외수업으로 공부를 보충하다가 졸지에 병원 음압병상에 격리 입원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밖에 A씨와 같은 학원에서 근무하는 동료 강사, 과외 학생의 어머니, 과외 학생 어머니와 접촉한 또 다른 과외교사, 지난 5∼6일 A씨와 접촉한 인천 103번 확진자 등 성인 확진자는 4명이다.
문제는 감염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천시는 강사에 감염된 학생 2명이 방문한 교회 2곳의 신도 1050명에게 즉시 진단 검사를 받도록 한 만큼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
◆동선 속이는 거짓 진술, 우리 사회 위협에 빠뜨려
방역 당국은 A씨처럼 본인의 동선을 속이는 거짓 진술은 사회를 위협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초기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방역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추가 감염 확산 후에야 대응할 수 있게 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노력에 커다란 구멍이 된다”고 우려했다.
박규웅 인천시 건강체육국장도 이날 인천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A씨가 확진 판정을 받고 역학 조사관에게 학원 강사라고 사실대로 말했다면 접촉 학생들을 곧바로 자가격리함으로써 추가 감염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A씨가 근무한 학원에 1주일간 운영 자제를 권고하고, 확진자들이 다닌 교회와 학원을 중심으로 1473명에 대해 진단 검사를 시행했다.
시는 아울러 확진자들의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하는 한편 추가 접촉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는 방역 당국에 동선과 직업을 속인 A씨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이미 지역사회로 전파?
일단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더 지켜본 뒤 이른바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방역체계의 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는 이번 이태원 클럽 사례가 방역망 밖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지만, 지역사회 전파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김강립 총괄조정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의 수준으로는 생활 속 거리두기에 대한 재검토는 시간을 두고 더 지켜볼 것”이라며 “지금의 확산 상황, 감염의 전파 상황이 어떤지를 조금 더 관찰하면서 평가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명 내외로 유지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최초 확진 등 방역망 통제 밖에서 발생한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 유지 조건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50명 이내 ▲전체 확진자 중 감염경로를 모르는 사례 비율 5% 이내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김 총괄조정관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하루 발생 환자가 50명 이내가 유지되는 수준이고 방역망 내 발생 사례의 비율이 95%를 넘는다면 기본적으로는 유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이태원 클럽발 2차 감염 사례가 나오고는 있지만, 지역사회 전파로 이어졌다고 보기에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다만 이날 인천에서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학원 강사와 접촉한 학생, 학부모, 동료 등 8명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 김 총괄조정관은 ”현재 2차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런 2차 감염 사례가 지역전파라고 판단할 만한 수준인지 아닌지는 좀 더 내부 검토와 분석이 진행돼야 한다”며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확진자 증가세에도 병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김 총괄조정관은 “중증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상은 상당한 여유를 갖고 있다”며 감염병 전담병원을 축소한다는 계획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코로나19 대응·치료를 위해 감염병 전담병원 74개소(공공병원 56개소·민간병원 18개소)를 운영하다 현재는 40개소로 축소했다.
정부는 앞으로 열리는 생활방역위원회에서 이태원 클럽발 감염확산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김 총괄조정관은 “이 내용만 토대로 생활방역위를 개최할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주기적으로 열기로 했던 계획에 따라 충분히 열 수 있다고 본다”며 “현 상황에 대해서도 보고와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클럽 방문 강사, 학원에서 학생에게 코로나19 전파 사례 주목해야”
정부는 이태원 클럽이 아닌 다른 시설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 주목하고 시설별 감염 위험도 평가를 보완하기로 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오후 방대본 브리핑에서 “서울 서대문구 다모토리 주점, 홍대 주점 등 현재 감염원으로 의심받는 다른 지역의 지점들이 조금 있다”며 “지역별로 위험시설 방문자에 대한 조사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강사가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감염을 전파한 사례에도 주목하면서 “주점이나 학원 등 시설 유형별 위험도 평가를 더 정교하게 보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을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나아가 학원, 학교, 유흥시설의 위험도를 차등해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인센티브나 처벌이 필요한지, 법적 근거가 있는지 등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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