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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美 화웨이 제재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사이익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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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비메모리 점유율 상승 관측… 화웨이 타격은 메모리 큰 수요처 흔들리는 것

미국이 중국 화웨이 추가 제재에 나서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제재 여파를 가늠하는데 고심이다. 화웨이 비중이 큰 TSMC가 타격을 입는다면 파운드리(주문생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는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도 단기적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가 공급받는 메모리 반도체까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추가될 경우 연간 10조원에 이르는 화웨이에 대한 공급이 끊길 수 있어 국내 반도체 업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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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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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대만 TSMC가 화웨이의 반도체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이를 부정했지만, 반도체 업계는 화웨이와 TSMC간 불협화음이 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기술·장비·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국 화웨이에 팔지 못하도록 했다. 미 상무부 발표가 있기 불과 몇시간 전, TSMC는 9년간 120억달러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웨이는 자사가 설계한 비메모리 반도체 대부분을 TSMC에서 생산한다"며 "TSMC의 미국 투자 발표와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를 독립 사건으로 보긴 힘들다"고 했다.

◇ 삼성전자 파운드리·5G 반사이익… 中 반도체 굴기 차질은 호재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모바일AP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설계한다. 하이실리콘은 공장이 없는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화웨이는 10나노(nm) 이하 고성능 반도체는 TSMC에, 20나노대 저가 반도체는 중국 SMIC 등에 생산을 맡기고 있다.

TSMC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에겐 가장 큰 벽이다. TSMC는 매출 15% 가량을 화웨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와 화웨이간 거래에 차질이 생긴다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지분이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54.1%와 15.9%였다. 물론 TSMC가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게 되는 비메모리 물량이 고스란히 삼성전자로 넘어올 것으로 낙관하기엔 이르다. 삼성전자 역시 비메모리 생산에 미국 장비 등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동시에, 완성품 시장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화웨이는 스마트폰·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등에서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다. 화웨이가 생산 차질로 납품과 추가 수주에 차질을 빚는다면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조선비즈

그래픽=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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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화웨이를 견제하는 배경에는 중국 반도체 굴기(崛起)가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업계가 중국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미국 기술 없이 반도체 굴기를 지속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가능하더라도 아주 먼 길을 돌아가야만 한다"고 봤다.

◇ D램 재고 축적 위한 단기 수요 늘듯… 장기적 불확실성 확대는 골치

미국의 이번 제재는 시스템반도체에 국한된다. 미국 마이크론이나 한국 SK하이닉스가 D램·낸드플래시 등을 화웨이에 공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미 상무부가 120일간의 유예기간을 준 만큼, 이 기간 화웨이를 중심으로 중국 기업들의 재고 확보 수요가 크게 늘 수 있다는 예측도 따른다. 화웨이가 TSMC에 7억달러어치의 비메모리를 긴급 발주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화웨이 제재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해,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 재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ICT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가 줄어든다면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지난 18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 2020(HAS 2020)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에게만 해로운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화웨이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손해를 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아가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 내 ICT 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중 대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9.7%에 달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재고 축적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예측불가능한 시황이 지속되는 것은 어떤 기업도 꺼린다"며 "지금으로선 정확한 손익 계산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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