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효과(케빈 맥도널드 외 엮음, 유건식 옮김, 한울)=스트리밍 방식으로 몰아보기가 가능한 넷플릭스는 방송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 IPTV 등으로 발전해온 방송의 기본 개념을 바꿔버린 것이다. 월 구독료로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모든 문화산업에 차용된 상태다. 책은 이런 넷플릭스 효과를 비판적 시각에서 폭넓게 탐색, 넷플릭스의 기술활용과 망중립성, 콘텐츠 제작 및 배급 혁신, 몰아보기 등 산업 및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까지 아울러낸다. 이 중 넷플릭스의 선택과 자율의 문제를 지적한 세라 아놀드는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이 취향과 정체성을 고정· 강화한다고 지적한다. 이용자가 스스로 취향을 선호하고 결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무시하는데, 이는 넷플릭스에만 한정된 건 아니다. 몰아보기에 대한 인지심리학적으로 본 비판적 관점도 있다. 이와함께 VOD시장의 부활과 미디어 대기업들의 영향력 회복 등 새로운 전망도 담았다.
▶돼지(리처드 루트위치 지음, 윤철희 옮김, 연암서가)=냄새나고 더러워보이는데 가장 깨끗한 ‘반전의 동물’ 돼지에 관한 모든 것을 풍성한 사진·삽화와 함께 담아냈다. 세상에는 항상 돼지 10억 마리가 존재한다. 인간 일곱 명당 한 마리인 셈이다. 암퇘지는 평생 10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야생에서 나와 인간의 쓰레기 더미 주위를 돌아다니다 스스로 가축이 된 신석기시대 이후로 돼지는 인간과 함께 해왔다. 돼지는 주요 식량원으로 삼겹살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최근에는 변신에 성공, 인간의 애완동물로도 떠오르고 있다. 재능도 뛰어나다. 양치기, 사냥감의 위치를 찾아내 가리키고 회수해 오기, 경비서기, 수레 끌기, 마약탐지까지 가능하다. 때로 사냥개보다 더 잘 수행한다니 한마디로 매력덩이다. 돼지의 유전체 지도는 우리와 비슷하다. 돼지의 많은 부산물은 제약산업에 유용하게 쓰인다. 선사시대 돼지부터 육돈까지 진화과정을 비롯, 돼지의 생태와 해부학적 구조, 생리활동, 인지, 행동, 성격, 인간과의 관계까지 독보적인 연구서라 할 만하다. 저자는 평생 혈통있는 웨식스 새들백 무리와 함께 농장에서 자랐으며, 영국에서 제일 규모가 큰 돼지품평회 기획자다. 2010년 돼지와 관련한 업적과 희귀 돼지 품종의 보존 활동을 인정받아 푸드 앤 파밍 어워드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한마디로 ‘돼지 전문가’다.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나날(조엘 디케르 지음, 윤진 옮김, 문학동네)=프랑스에서 70만부가 팔리고, 장자크 아노 감독의 TV시리즈로 제작된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의 베스트셀러 작가 디케르의 첫 장편소설. 2010년 제네바 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2차세계대전 당시 처칠이 독일군에 대항해 조직한 비밀부대 SOE에 지원한 젊은이들의 인간적 고뇌와 로맨스를 그린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온 폴에밀, 영국 상류층이면서도 전선에 나선 로라, 신부의 꿈을 버리고 참전한 클로드 등 젊은이들의 목숨 건 치열한 이야기다. SOE의 존재는 2008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SOE의 성과에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업적이 가려질 것을 우려한 드골은 책을 검열했다. 작가는 2차 대전의 숨은 주역들을 무대로 불러내 이들의 경험담을 밀도있게 그려낸다. 무엇보다 이들은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라 평범한 민간인이었다는 게 놀랍다. 중심인물 폴에밀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겨워하고, 그로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꿈꾼다. 다다이스트, 공산주의자, 낭만주의자, 엉뚱한 사람, 비겁한 사람 등 이들은 위험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전장으로 향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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