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해 8월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남부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중 개최된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비아리츠/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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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올가을로 연기하는 한편 한국과 러시아, 호주, 인도 등 4개국을 초청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9년 만의 첫 미국 유인 우주선 발사를 참관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G7 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하는 한편 한국과 러시아 등 다른 나라를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당초 트럼프는 6월 말 백악관에서 G7 회의를 직접 대면 형식으로 개최하기를 원했다. 이는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나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측이 전날 코로나19 우려를 이유로 트럼프의 초대를 거절하자 G7을 연기하는 한편 새로운 국가들을 선진국 그룹의 회의에 초청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트럼프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다른 G7 지도자들과도 G7 회의 소집과 관련한 이슈를 논의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이후 성명에서 “G7 지도자 모두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메르켈 총리가 참석하지 않는다면 마크롱 대통령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러시아 이외에 호주와 인도도 이날 트럼프가 초청한 국가들에 포함됐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으로 2014년 탈퇴하기 전까지는 G8 체제 하에서 세계 주요 선진국 그룹의 일원으로 대접을 받아왔다.

트럼프는 이날 “G7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아주 낡은 국가 그룹이 됐다”고 한국 등을 초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새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에서 9월 유엔 총회가 열리는 시기를 전후해 G7이 개최되거나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G7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7개국을 멤버로 하고 있다. 트럼프가 G7을 확장해 한국 등 4개국이 포함된 G11이라는 새 선진국 클럽을 정식으로 발족하려는지 이번에만 일시적으로 확대 정상회의를 개최하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또 G7에 새 멤버를 추가하려면 다른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G7 구상에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은 코로나19나 홍콩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으로 트럼프의 초대를 받지 못했다. 또 트럼프는 전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강행에 대한 보복으로 “홍콩이 누려왔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선언했다.

앨리사 파라 백악관 전략소통국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자 전통적인 동맹국과 코로나19로 영향 받은 국가들을 데려오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제안으로 한국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최대한 실리를 취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 트럼프 초청은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들은 평가했다.

[이투데이/배준호 기자(baejh9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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