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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물가와 GDP

코로나로 증폭된 디플레 경고음… 물가지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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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디플레이터 5분기째 마이너스인데 5월 소비자물가 -0.3%
"저물가, 작년엔 수출가격 영향 컸지만 이제는 수요부진 우려"
한은, 상반기 물가상승률 0.5%… 하반기 0%로 더 낮춰 전망

물가를 나타내는 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GDP디플레이터는 5분기 연속 역성장해 사상 최장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 세웠던 최장 기록은 이미 지난해에 넘어섰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 성장률과 실질 성장률의 격차로, 전반적인 물가 상황을 반영한 지표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수출 물가가 GDP디플레이터를 끌어내렸다면 이제는 내수가 하방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내수발(發) 디플레이션 위험신호를 증폭시켰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는데,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영향이 컸다. 코로나19로 소비 둔화가 본격화한 탓이다.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고용·경기 회복이 지연돼 단기적인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군다나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0%로 봐, 상반기(0.5%)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비즈

지난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의 한 식당 셔터가 내려져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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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디플레이터 5분기째 뒷걸음질… 5월 소비자물가 -0.3%

한은이 2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DP디플레이터는 전년동기대비 -0.6%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0.6%) 이후 5분기째 마이너스로, 사상 최장 기록이다. 직전 기록은 외환위기가 왔던 1998년 4분기부터 1999년 2분기까지 3분기 연속으로, 이미 지난해 기록을 갈아치웠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눠 구한다. 실질 GDP는 기준연도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반면, 명목 GDP는 해당연도의 시장가격이 반영돼 실제 물가가 반영된 체감 성장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명목 GDP 성장률은 올해 1분기 -1.6%(전기대비)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 4분기(-2.2%)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물가를 반영한 체감 성장률은 훨씬 큰 폭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의미다.

GDP디플레이터는 5분기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그 원인이 바뀔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반도체 수출 가격의 하락으로 수출 디플레이터가 전체적인 하락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1분기에는 수출 디플레이터가 -2.6%로 전분기(-7.8%)에 비해 하락폭이 줄었다. 앞으로는 내수 디플레이터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분기 내수 디플레이터는 1.7%로 지난해와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내 내수 부진으로 인한 저물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로, 지난해 9월(-0.4%)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마이너스 물가'를 나타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9월에 마이너스로 떨어진 이후, 10~12월에도 0%대에 머물렀다 올해 1월 1.5%로 올라섰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가 본격화된 지난 4월 0.1%로 둔화 흐름이 시작됐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소비자물가의 하락 흐름에 내수 디플레이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지난해 GDP 디플레이터 하락에 수출 부분을 영향을 많이 끼쳤는데 올해는 수출 부문은 디플레이터 올리고, 내수는 디플레이터를 낮추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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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코로나19 사태, 단기 디플레이션 올수도"

물가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수요 부진으로 인한 저물가 상황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유가, 공공요금 등 공급 측 요인도 저물가를 유발하는 가운데 소비부진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이는 지난해부터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0%대를 기록하면서부터 우려됐던 상황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지난달부터 서비스물가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0.1%로,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공공서비스 물가가 1.9% 하락한 영향이 컸지만 개인서비스 물가(0.9%) 중 외식 물가(0.6%) 등이 크게 둔화됐다. 여행 관련 서비스 물가의 하락으로 외식 외 물가도 1.2% 상승하는데 그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출물가가 저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히 있었지만 이제는 수출물가 탓을 하기 어렵다"며 "석유류는 다시 반등하고 있는데 수요 요인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같은 저물가 상황이 올해 하반기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 침체 가운데 물가가 낮아지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한은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0.3%로 제시하면서 상반기 물가상승률은 0.5%, 하반기는 0%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가 재확산해 경기·고용 회복 마저 늦어진다면 수요 감소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될 수 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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