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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보안법 통과

홍콩보안법 시대…타이완에 '홍콩 망명객' 밀려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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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베이 중산역 인근의 거리

중국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훼손 논란에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직접 만들어 홍콩에 내려보낸 가운데 타이완 정부가 신변에 불안을 느끼는 홍콩인들의 이주를 적극 돕겠다고 나서면서 타이완이 홍콩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홍콩보안법이 발효된 6월 30일 페이스북 계정에서 7월 1일부터 홍콩인의 이주를 돕는 공공 조직인 '타이완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이 문을 연다고 예고하면서 "타이완은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함께 협력해 홍콩 인민에게 최고로 굳건한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타이베이에 이날 문을 연 타이완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은 타이완에 이주하고자 하는 홍콩인들에게 취학, 취업, 이민, 투자 등 문제와 관련해 원스톱 상담 및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타이완 정부가 이 조직을 만든 주된 목적은 정치적 이유로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홍콩의 민주 진영 인사와 시위 참여자들의 타이완 이주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홍콩에서는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서 많은 민주 진영 인사와 그간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체포돼 가혹한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공포감이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가인 조슈아 웡이 속한 정당 데모시스토가 홍콩보안법 시행 직전 해산을 결정한 것은 민주화 인사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웡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홍콩보안법이라는 악법 통과와 인민해방군의 '저격 훈련' 공개 등 홍콩의 민주 진영은 이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미 작년부터 적지 않은 타이완의 민주 진영 인사들이 타이완행을 선택했습니다.

타이완 정부의 이번 결정은 그간 개별 사례 중심으로 진행되던 홍콩 인사들의 타이완 이주를 더욱 체계적, 조직적으로 돕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홍콩에서 중국이 지정한 금서를 팔던 코즈웨이베이 서점을 운영하다가 중국 본토로 끌려가 강제 구금됐던 람윙키 씨도 작년 타이완으로 '망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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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타이완 총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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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4월 타이베이에서 홍콩에서 운영하던 서점 이름을 그대로 따 '코즈웨이베이 서점'의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차이 총통은 직접 이 작은 서점을 방문해 람 씨를 만나 격려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정치적 망명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홍콩인들의 타이완 이민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작년에만 타이완으로 이주한 홍콩 시민은 5천858명으로 2018년 4천148명보다 41.1% 급증했습니다.

타이완은 600만 타이완달러(약 2억5천만 원) 이상 투자해 현지인을 고용하면 영주권을 줘 이민 문턱도 낮은 편입니다.

타이완 독립 지향 성향의 차이 총통은 작년 6월 홍콩의 대대적인 민주화 요구 시위가 시작되고 나서부터 적극적으로 홍콩 지지 의사를 표명해왔습니다.

차이 총통은 '중화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타이완을 지키며 중국 본토의 '전제 통치'에 단호히 맞서는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정치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홍콩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타이완에도 강력히 요구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통일 방안에 대한 거부감이 급속히 커지면서 차이 총통은 바닥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일거에 회복하고 지난 1월 대선에서 압승을 거둬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차이 총통의 '정치공학적'인 이해득실 여부를 떠나 타이완 사회 전반에서 반중 정서가 크게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시진핑 국가주석 들어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1인 통치'가 굳어지면서 1980년대 후반 이후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민주주의 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타이완에서는 '중공'(중국공산당)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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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하는 타이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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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국 성향의 차이 총통 집권 이후 중국이 타이완에 외교·군사·경제 등 다방면에서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한 것도 타이완인들의 반감만 크게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작년 6월부터 시작된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사태는 "홍콩이 타이완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타이완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심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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