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잠금’ 상태인 박 시장 휴대전화 열어봐야 답 나올 듯
장지 향하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 유골함. 연합뉴스 |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들이 잇따라 “성추행 피소 사실을 몰랐다”고 입을 모음에 따라 누가 박 시장에게 이를 알렸는지를 놓고 의문점이 더해져 가고 있다. 피해자 재직 중 근무했던 전 비서실장, 박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보고했던 젠더특별보좌관에 이어 박 시장이 자취를 감추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비서실장도 연이어 “고소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박 시장의 아이폰 잠금을 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비서실장들 “고소 사실 몰랐다”
고한석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9시부터 3시간 반 동안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고 비서실장은 박 시장이 실종되기 직전 공관에서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인물로 알려졌다.
고 실장은 조사 직후 취재진들에게 “(마지막 통화시간은) 오후 1시39분으로 기억한다”며 “자세한 내용은 경찰진술에서 다 했으니 별도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통화 내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취재진이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이 고소당일인 8일 박 시장에게 피소당한 것을 보고한 걸 아느냐’는 질문에 “몰랐다”고 답했다. ‘(실장은) 피소를 인지 못 하고 공관에 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고 실장은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고 실장을 상대로 박 시장의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다른 참고인들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전직 비서 A씨의 재직기간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던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1부시장)도 이날 “당시 이번 사안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인지하거나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A씨 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재직 당시 동료 공무원 등에 피해사실을 털어놨으며 상부에 부서 이동 변경을 요청하며 피해사실을 언급했다고 밝힘에 따라 서 권한대행이 성추행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반박한 것이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혁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
◆“불미스런 일 있다… 실수하신 것 있나” 물었던 젠더특보도 “몰랐다”
임 특보 또한 박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보고했으나 피소 사실에 대해선 몰랐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JTBC 등 일부 언론은 14일 “(피소 1시간30분 전인) 지난 8일 오후 3시쯤 서울시 외부로부터 ‘시장님 관련한 불미스런 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급하게 시장님 집무실로 달려가 다른 업무 중이던 시장님께 ‘실수하신 게 있으신가’ 물었다”는 임 특보의 입장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임 특보는 “하지만 그때는 성추행 관련 혐의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시장님은 ‘그게 무슨 소린가’라고 되물었다. 내가 ‘불미스러운 얘기들이 돈다’고 말했더니, 시장님은 ‘바빠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박 시장은 서울시 공관에서 대책회의를 했는데 해당 회의에서 박 시장이 고소나 사임 건에 대해 논의했는지를 놓고는 서울시 관계자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 시장은 다음날 9일 오전 10시쯤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선 이후 연락이 끊겼다. 이날 오후 5시17분 박 시장의 딸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에 돌입했다. 경찰은 7시간 수색 끝에 10일 오전 0시1분쯤 박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한편 경찰은 박 시장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하면서, 통화내역 확보를 위한 영장도 신청하기로 했다.
박 시장 휴대전화는 현재 잠금 상태로, 경찰청에서 해제 작업을 통한 디지털포렌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잠금 해제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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