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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한드로 ‘동남아 톱5’ 싹쓸이…“스토리텔링 독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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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편집자주]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콘텐츠 생태계를 뒤흔드는 키맨이 되고 있다. LG유플러스에 이어 이달부터 KT와도 제휴를 맺고 거실 TV의 핵심 콘텐츠로 서비스된다. 딜라이브-CJ ENM 사용료 분쟁, 토종 OTT와 음악저작권협회와의 저작권료 이견 등 미디어 산업 곳곳에서 촉발된 갈등의 이면엔 넷플릭스가 있다. 현재진행형인 유료방송 시장 개편 역시 넥플릭스가 일으킨 파장이다. 넷플릭스는 과연 국내 미디어 산업의 ‘메기’일까. 아니면 ‘황소개구리’일까.

[MT리포트]넷플릭스발 쓰나미⑧..넷플릭스, 한국드라마 ‘전성시대’…3년만에 韓콘텐츠 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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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한국 넷플릭스가 되고 있느냐”

대만 출신 인기 가수이자 배우인 주걸륜이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분노의 글’은 한국 콘텐츠의 현재 위상이 어떤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류가 중국에서 날뛰는 것을 두고 봐서는 안 된다”고 주걸륜이 재차 날을 세우자, 대만 네티즌은 “(한국 드라마가) 재밌는 걸 어쩌란 말이냐”며 맞불을 놨다.

국경 없는 콘텐츠 시대에, 그것도 코로나19로 ‘디지털 격전’이 가속화한 시대에 봇물처럼 쏟아지는 인기 한류 콘텐츠를 막는 방법은 ‘분노’밖에 없는 셈이다.

세계 동시 방영이 가능한 넷플릭스가 ‘표준 비디오’로 떠오르면서 한류 콘텐츠 인기와 가치도 곱절로 뛰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세계 몇몇 나라에서 소위 ‘대박’난 드라마 ‘대장금’이 몰고 온 한류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이전의 ‘대장금’이나 ‘태양의 후예’ 같은 인기 드라마는 TV방송이 나간 후 한참 뒤 몇 개국에 수출하는 형태로 한류 인기를 증명했지만, 넷플릭스 이후의 한류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넷플릭스의 한국드라마 '전성시대'…3년만에 5배 증가

TV 방영과 함께 온라인으로 즉시 시청할 수 있고 원하는 한류 드라마는 ‘언제 어디서’ 마음껏 볼 수 있다. 대만의 사례처럼 ‘한류 드라마’가 대만 넷플릭스에서 도배 수준으로 몰려있는 것도 넷플릭스가 인정한 한국 콘텐츠가 시장에서 보기 좋게 살아남아서다.

미국과 유럽의 포화 시장을 뚫고 넷플릭스가 신시장을 아시아로 돌리면서 눈여겨 본 콘텐츠 시장이 한국이다. 이는 제대로 적중했다.

넷플릭스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제작하며 한국 콘텐츠 개발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시작한 60편의 한국 콘텐츠는 지난해 5월 기준 325편으로 급증하며 3년 만에 5배 늘어났다.

늘어난 콘텐츠는 아시아 시장을 거의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7월 현재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더 킹’ ‘쌍갑포차’ 등이 1~6위 안에 랭크됐다. 심지어 혐한류 분위기가 강한 일본에서도 7월 1일자 일본 넷플릭스 순위 1~3위가 모두 한국 드라마였다.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 테드 서랜도스는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대륙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 콘텐츠를 즐기고 있고 한국은 수준 높은 스토리텔링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에서 한국 역할이 중요하다”며 “한국 콘텐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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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투자는 공격적으로 이뤄졌다. 넷플릭스는 2017년부터 OCN, tvN, JTBC 등과 협력해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특히 2018년 tvN ‘미스터 선샤인’은 넷플릭스가 홀드백(콘텐츠의 본방송 이후 재방송까지 걸리는 시간)없이 글로벌 동시 방영 조건으로 300억원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넷플릭스가 국내 결제한 금액은 439억원으로, 2018년 4월 결제한 35억원보다 12배가 넘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한때 ‘대장금’이 인도네시아에서 9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그 수익이 지금의 넷플릭스만큼 크지 않았다”며 “이젠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 로컬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 없이 한국형 콘텐츠를 잘 만들어 플랫폼에 제공하기만 하면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왜 넷플릭스?…무간섭, 안정적 자본, 갑을관계 폐기

넷플릭스는 CJ ENM과 JTBC와 협력을 통해 장기간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CJ ENM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는 3년간 21개 드라마를 공급하기로 했다. 지상파 방송사도 넷플릭스를 경쟁자로 두고 ‘웨이브’라는 OTT(인터넷 TV서비스)로 결속하고 있지만, 제작비를 조달하는 막강한 조력자로서 넷플릭스를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의 해외매출 자료를 보면 2017년 매출 2868억원 중 해외매출은 672억원(23%)이지만, 2019년엔 매출 4687억원 중 해외매출이 1604억원(34%)으로 비중이 10% 이상 높아졌다.

한류 콘텐츠가 해외에서 많이 소비된다는 뜻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온라인 시청 증가가 늘어남에 따라 이 비중도 올해 큰 폭으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김찬혁 스튜디오드래곤 전략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 수치가 100% 넷플릭스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글로벌 플랫폼이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며 “국내 콘텐츠의 질이나 주제가 해외에서 먹히는 흐름이 전 세계적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와 팬데믹 상황에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국내 제작사와의 유기적이고 장기적인 ‘호흡’은 그간 방송사와 제작사 간에 보이지 않던 ‘갑과을’의 문제, ‘간섭’의 문제, 열악한 ‘제작비’ 문제 등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석진(방송평론가) 충남대 교수는 “그간 콘텐츠 제작자들은 방송 편성 여부라는 강력한 힘에 밀려 ‘을의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었는데,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제작의 자유, 합리적 제작비 같은 유연성을 제공해준 측면이 크다”며 “그런 상황에서 제작된 한국 콘텐츠가 지금 세계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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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전략 문제도 꺼냈다. 한국의 OTT가 K브랜드를 주로 앞세워 ‘내 것’만 팔아먹겠다는 전략에 몰입했을 때, 넷플릭스의 접근은 시작부터 달랐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넷플릭스가 처음 투자한 한국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예능이었다”며 “봉준호의 ‘옥자’가 흥행하지는 못했어도 가입자 수를 늘리는 초기 전략이 성공했듯 터를 마련하고 그 위에서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는 식으로 경영을 전반적으로 잘한 셈”이라고 말했다.


제일 잘나가는 한류 '영화' '드라마' '예능'…"나무 아닌 숲" 보는 경영전략

‘로코’(로맨스+코미디)로 일관하던 한국 드라마가 다양한 장르로 해외시장에 진출한 것도 ‘플랫폼 흥행 공식’의 경직성에서 벗어난 결과다. ‘킹덤’ 같은 좀비물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나올 수 있었던 배경도 ‘간섭 없는 제작’ 덕분이다.

콘텐츠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일을 하면서 실시간 시청에 불법 다운로드 문제도 없고 방송 시작 전 판매가 이뤄져서 안정적인 제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요즘은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고르는 입장이다 보니, 하청공장처럼 끌려다니는 형국이 시작되고 있다”며 “플랫폼과 협력하는 것도 좋지만, 해외시장을 직접 뚫는 등의 다각적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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