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총재선거의 막 오르자마자..스가 당선 확실시
파벌담합으로 사실상 결정..스가는 아베의 마무리 투수역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해 4월 1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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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리 봐도 일본은.. 좋게 말해 ‘독특한 나라’고, 솔직히 말해 ‘정치후진국’이군요.
오늘(8일) 일본에서 새 총리 선거전을 시작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내각제에서 총리는 곧 집권당(자민당) 총재이기에 실제로는 자민당 총재 선거입니다.
3명의 후보가 나왔습니다. 스가 관방장관(관방장관은 내각의 2인자 자리). 이시바 전 간사장(간사장은 자민당의 2인자 자리) . 기시다 정조회장(정조회장은 자민당의 정책책임자) 등입니다. 각자 대권출마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2.
그런데 사실 차기 총리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일본언론의 표현대로 ‘막이 오르자마자 극이 끝났다’입니다. 스가 장관이 차기 총리가 될 겁니다.
자민당 내부 파벌정치가 이미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주요 파벌들이 모여 ‘약식 선거로 스가를 뽑는다’는데 합의했습니다.
약식선거란 현역의원과 광역단체 대표들만 모여 뽑는다, 즉 당원투표는 안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당내 파벌간 밀실야합으로 표계산이 끝나기에 최종결론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죠.
3.
파벌정치는 일본의 오래된 정치유산입니다.
자민당이 2차대전 이후 사실상 1당 독재를 해왔기에 가능했습니다. 자민당 내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정치인들이 무리를 지어 파벌을 만들었고, 그 파벌들이 밀실협상을 통해 정권을 나눠먹는 것입니다.
파벌이란 정치판에서 자연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파벌은 ‘당 내부의 당’이랄 정도로 특별한 조직(?)입니다. 조직이 중요하다보니, 보스가 조직유지를 위해 정치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생기죠. 뭔가 음습합니다.
4.
그래서 고이즈미 전총리(2001년-2006년)를 비롯해 많은 정치지도자들이 혁신과 타파를 주장해왔습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 파벌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중선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도 바뀌었고, 정치문화(오야붕-꼬붕 관계)도 엷어졌고, 정치환경(디지털 정치 확산)도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전을 보니 여전히 파벌이 결정적이군요.
5.
파벌간 밀실담합의 결론이 스가입니다. 스가는 파벌도 불투명하고 보스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런 인물이 주요 파벌들의 지지를 쓸어모아 이미 국회의원 표의 70%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파벌의 보스들이란 대개 총리 자리를 노리는 야심가들입니다. 그들이 나란히 양보했다는 것은 ‘스가는 시한부’라는데 공감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스가는 전임 아베 총재의 잔여임기만 대신 합니다. 내년 9월까지. 물론 잘하면 재선될 수도 있겠지만..
6.
그래서 스가는 ‘아베의 정책을 완성하겠다’는 얘기만 합니다.
물론 스가는 개인적으로 아베와 정반대 인간입니다. 정치귀족 가문의 도련님인 아베와 달리 흙수저 자수성가의 전형입니다. 성실 꼼꼼 치밀.. 2014년 내각인사국을 만들어 관료조직을 휘어잡은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 바람에 유능하고 콧대 높던 일본 관료조직이 정치판 눈치를 보는 ‘손타쿠(알아서 긴다)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덕분에 아베 관련 비리의혹이 모두 덥였다네요.
7.
아무리봐도 스가는 자신의 비전과 철학을 가진 보스 스타일은 아닌 듯합니다. 기반도 약하기에 파벌에 휘둘릴 겁니다.
자민당 파벌 보스들은 아마 스가를 총리에 앉혀놓고 조기총선을 할려는가 봅니다. 빠르면 10월에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총선에서 압승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년 9월에 진짜 대권전쟁을 벌이는 것이죠.
8.
이번에 떨어질 줄 알면서도 후보로 나선 이시바와 기시다는 내년 진짜 대권경쟁을 보고 나선 보스들입니다.
그러니 스가 장관이 총리가 되어도 아베 시절과 달라질 것이란 기대는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외교당국자들은 물론 일본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이시바와 기시다를 연구해야 합니다. 스가에겐 비밀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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