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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覇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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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회전 제5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리쉬안하오 七단 / 黑 홍기표 九단

<제11보>(118~134)=바둑판 위에서 펼쳐지는 가장 치열한 전투 형태는 패(覇)싸움이다. 흑백 쌍방이 단수(單手)로 몰린 채 대치하는 극한 상황이 상상을 뛰어넘는 변화로 이어진다. 무너졌던 성곽도 일으켜 세우고, 죽었던 말이 살아나기도 한다. 가장 난처한 규칙을 가장 극적인 게임 장치로 해결한 선현들의 지혜가 새삼 탄복스럽다.

118로 늘어 하변 흑은 자체 궁도로는 완생이 불가능해졌다. 홍기표는 여기서 119, 121의 비상 수단을 들고나온다. 패를 하겠다는 선언이다. 백이 그냥 흑을 잡는 수는 없을까. 참고도 1이면 11까지 대마가 자체적으로 사는 길은 없다. 하지만 12, 14, 16이 모두 선수로 듣고있어 18에 이르면 이 흑은 잡히지 않는다.

122 단수에 123으로 받아 본격적인 패싸움이 시작됐다. 131 때 백이 패를 해소하면 어떻게 되나. 흑돌이 132에 놓이면 좌변 백진이 초토화된다. 이후 백이 우하귀를 점령해도 ‘가’를 내주면 집으로 흑을 못 당한다는 결론. 적은 대가(代價)를 치르고 하변을 빵빵 때려낸다면 백도 희망이 있지만 흑도 ‘나’ 방면에 팻감이 많다. 134도 멋진 팻감. 패의 폭풍이 전국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127 133119, 130124)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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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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