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드밀 학습 중 세포 활동 기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20.09.29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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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새로운 장소에 가면 처음에는 각종 표지판과 간판, 건물들을 보며 길을 찾기 위해 신경써야하지만, 반복해서 방문하면 길을 척척 찾아낸다. 이러한 학습을 통한 '공간 기억'이 형성되는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과학운영단의 세바스쳔 로열 박사팀이 뇌의 신경 네워크가 장소를 학습하게 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로열 박사팀은 해마의 장소 정보 입력이 시작되는 부위로 알려진 치아이랑의 뇌세포를 관찰하여 새로운 환경을 학습하면서 장소 세포가 생성되는 과정을 연구했다.

대뇌의 해마는 새로운 사실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한다. 해마 옆에는 '치아이랑'이라는 부위가 있어 감각과 자극으로 형성된 신경 신호를 해마로 연결한다. 해마와 치아이랑, 해마 이행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신경 신호를 '기억'으로 바꿔낸다.

연구진은 공간훈련장치인 트레드밀에서 실험용 생쥐를 27일 동안 훈련하며 치아이랑을 구성하는 뇌세포인 이끼세포와 과립세포의 변화를 관찰했다.

장소를 기억하는 과립세포를 관찰한 결과, 새로운 공간에 놓였을 때 과립세포 내에 존재하는 장소세포가 사물의 위치 정보를 나타내거나 일정한 간격의 거리의 정보를 나타냈다. 훈련일이 늘어나며 점차 공간에 익숙해지고 학습된 후에는 사물의 위치 정보와 거리 정보를 나타내는 세포들은 소멸되고 특정 장소를 나타내는 장소세포들이 점차 늘어났다. 여러 사물의 위치와 거리로 장소를 기억하다가 장소 자체를 기억하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학습에 따른 점진적 세포 활동의 변화를 신경망 모델 중 하나인 경쟁학습 모델을 통해 재현했고 이끼세포 또한 과립세포와 상호작용을 통해 장소 기억에 관여함을 밝혔다. 이끼세포는 공간 학습에 따른 큰 변화는 없었지만 이끼세포의 활동이 과립세포가 사물 위치 정보에서 공간의 위치기억으로 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로열 박사는 "해마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크게 공헌함으로써 인공지능 기반의 신경공학에 기여할 뿐 아니라 기억 상실, 알츠하이머, 인지장애와 같은 해마의 손상과 관련된 뇌 질환을 이해하고 치료 예방하는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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