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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2020 미국 대선

‘민주주의 무덤’ 전락… ‘난장판’된 美 대선 TV 토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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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클리블랜드=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대선 후보 TV 토론은 ‘선거전의 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비록 TV 토론이 유권자의 지지 후보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두 후보의 정책, 성격, 인간성, 토론 능력, 이해력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서 평가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29일(현지시간) 토론은 사상 최악의 난장판이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사전 토론 규칙을 어긴 채 상대방이 발언할 때 끝없이 끼어들어 토론다운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 두 후보는 ‘거짓말쟁이’ ‘어릿광대’ ‘사회주의자’, ‘입 닥쳐’ 등의 막말을 서슴없이 주고받았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번 토론을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질타했다. WP는 이번 토론이 ‘민주주의 퇴보의 상징’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선토론위원회(CDP)는 부랴부랴 질서 있는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진행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막무가내식 끼어들기를 차단할 수 있도록 보다 엄격한 규칙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이번 토론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무차별 끼어들기를 할 때 이를 제지하거나 벌칙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첫 TV 토론이 끝난 뒤 대선 후보 토론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바이든 식 토론이라면 차라리 이를 폐지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진영에서는 바이든 후보에게 앞으로 2번 더 열리는 TV 토론을 전면적으로 보이콧하자는 주장이 나온다고 WP가 전했다. 바이든은 남은 토론에도 예정대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첫 토론의 사회를 맡았던 폭스 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는 뉴욕 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엄청난 기회를 상실했다는 점에서 슬프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월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 규칙 자체를 무시하면서 끼어들기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이 끝난 뒤 바이든은 “트럼프가 그렇게 끌고 갔지만, 이것은 국가적인 당혹감이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밤 토론은 훌륭했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댄 본지노 폭스 뉴스 객원 해설위원이 “트럼프가 라이온 킹이었다”고 트위터에 올린 글을 리트윗했다. 트럼프 캠프는 “경기 중에 규칙을 바꿔서는 안 된다”며 토론 방식 변경에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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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월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대선 첫 TV토론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클리블랜드=AF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 집계에 따르면 98분 동안의 토론에서 두 후보가 진행자의 질문이나 상대 후보의 발언을 방해한 것은 1분에 한 번꼴인 93번이었다. 이 중 트럼프 대통령이 방해한 횟수는 71번으로 76%, 바이든 후보가 22번으로 24%를 차지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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