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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北 전직 외교관 조성길

태영호 “딸 北에 두고 온 조성길…父情 헤아려 노출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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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이탈리아 외교부 조성길 미성년 딸 북한에 송환 사실 확인

세계일보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이 7일 한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 북한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에 대해 “딸을 북에 두고 온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우리 언론이 집중조명과 노출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우려를 전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 이후 북한에 송환된 것으로 알려진 그의 딸의 신변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조성길과의 오랜 정을 생각해서 그를 우리 대한민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었다”며 “그러나 조성길이 북한 대사관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그의 딸을 데려오지 못했고, 북한은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즉시 대사관 직원을 시켜 그의 딸을 평양으로 강제로 귀환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조성길의 한국행을 계속 주장하며 활동을 하게 되면 조성길은 물론 북으로 끌려간 딸에게도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충고를 받았다”며 “언론사들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하지만, 북한에 친혈육과 자식을 두고 온 북한 외교관들에게 본인들의 소식 공개는 그 혈육과 자식의 운명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인도적 사안이다.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대우나 처벌 수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 의원은 “도주자, 이탈자로 분류된 탈북 외교관들의 북한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불이익 중 가장 가혹한 처벌은 지방으로의 추방”이라며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는 등의 극단적인 처벌은 하지 않지만 변절자, 배신자의 가족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한민국에 있는 대부분의 전직 북한 외교관들은 북에 두고 온 자식들과 일가친척들의 안위를 생각해서 조용한 삶을 이어가고 있고, 우리 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조 전 대사대리)와 20년지기”라면서도 “소재와 소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태 의원은 오는 국정감사에서도 조 전 대사대리 관련 언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

태 의원과 조 전 대사대리는 평양외국어학원 동문으로 북한 외무성에서 함께 근무한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태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 소식을 접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그에게 한국행을 권했다. 태 의원은 당시 블로그에 올린 공개편지에서 “실제 한국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민주화되고 경제적으로도 발전했다”며 “서울에서 나와 함께 의기투합하여 우리가 몸을 담궜던 북한의 기득권층을 무너뜨리고 이 나라를 통일해야 한다”고 조 전 대사대리를 설득했다. 이어 “한국으로 오면 신변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네도 한국에 오면 정부에서 철저한 신변경호를 보장해 줄 것이다. 자녀교육도 한국이 좋다”고 그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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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2018년 3월 이탈리아 베네토 주의 트레비소 인근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정보당국에 따르면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해 7월 부인과 함께 제3국을 거쳐 국내로 입국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조성길 전 대사는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해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8년 11월 갑자기 행방을 감춰 꾸준히 망명설이 제기돼왔는데 1년 넘게 한국에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다만 국가정보원은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 사실에 대해 공식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조 전 대사대리는 신변보호를 위해 입국 사실을 비공개로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월 이탈리아 외교부는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에 송환됐다는 것을 공식 확인해 발표하기도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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