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히도 뇌의 노화는 막을 수 없다. 다만 불필요한 가속도나 뇌 질환을 막을 수는 있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 강조하듯 우리는 유전자의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질병이 발현되는 힘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제어 능력은 우리 손에 쥐어진 포크에도 놓여있다. |
많은 연구에 따르면 꾸준한 식단 관리는 치매 발병을 예방하거나 지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알츠하이머병학회 국제학술회의에서는 건강식인 마인드 식단(MIND, 지중해-대시 식단)을 잘 지킨 경우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발병 위험률이 18~35% 낮아진다는 연구가 지난 2015년에 이어 2017년에도 여러차례 발표됐다. 이학영 강동경희대병원 뇌신경센터 신경과 교수는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 등은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이기 때문에 건강식의 유지는 만성질환뿐 아니라 치매 예방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3일 만에 끝날(?) 결심으로 식단을 싹 바꿀 필요는 없다.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언급되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보고서에서 안젤라 박사(Angela L. Murad)는 “고혈압 식이요법인 대시(DASH) 식단과 지중해식을 혼합한 마인드(MIND)식단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밝히면서 “간단한 식단의 변화만으로도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요 클리닉의 분석과 영양학자 및 전문의 조언을 바탕으로 치매 예방에 도움되는 식습관을 꼽아봤다.
통곡물은 매 끼
통곡물의 중요성은 매번 언급되어도 지나치지 않다. 메이요 클리닉의 안젤라 박사가 치매 예방을 위해 ‘매 끼 먹어야 할 음식’으로 언급한 것은 통곡물이 유일하다. 주식으로 현미나 잡곡, 귀리 등을 먹고, 빵과 파스타도 통밀로 바꿔 먹는 것이 좋다.
녹색잎 채소는 매일
건강식에서 통곡물과 붙어다니는 짝꿍은 녹색잎 채소이다. 풍부한 항산화물질은 뇌가 활성산소에 공격받을 때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치매 발생률이 0에 가까운 장수마을 그리스 이카리아섬 사람들은 이 녹색잎 채소를 매 끼 먹는다. 그것도 매우 다양한 종류를 유기농으로 직접 키워서 먹는다.
녹색잎채소 섭취를 위해 일주일 내내 초록 샐러드를 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에겐 데쳐먹고 끓여먹고 볶아먹는 ‘시금치’ 카드가 있다. 장수 전문가인 미국의 유명 영양학박사 다릴 지오프리(Daryl Gioffre)에 따르면 마그네슘은 뇌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으로, 시금치는 항산화물질뿐 아니라 마그네슘이 풍부한 대표 채소이다.
생선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뇌의 주된 에너지원은 건강한 지방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항염증제로 기억과 인지 기능을 보호하는 것은 오메가3지방산이다. 고등어나 연어등 기름진 생선에 많이 들어있다. 국제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최신호에 실린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에 따르면 생선을 가장 많이 먹는 여성 그룹의 경우 뇌의 백질(신경 섬유망이 모여있는 뇌의 속 부분)의 크기가 가장 컸으며, 생선 섭취가 가장 낮은 그룹은 평균보다 백질의 영역이 수축됐다. 백질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 기억과 생각 등의 부분에서 뇌 관련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생선 속 오메가 3지방산의 섭취를 원인으로 들면서 “뇌의 노화 속도를 막는 데 도움되는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베리류,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치매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식이요법으로 손꼽히는 마인드 식단은 통곡물과 녹색채소, 올리브유, 그리고 베리류 섭취가 핵심이다. 블루베리나 라즈베리 등의 베리류는 기억력 향상에 도움되는 항산화물질 함량이 높기로 유명하다. 냉동식품으로 구입하면 사계절 내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올리브오일, 견과류와 친해지기
지중해식에서 중요한 올리브오일에도 오메가3지방산과 올레산 등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호두를 비롯한 견과류 역시 항산화물질과 불포화지방, 비타민 및 미네랄이 들어있어 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
패스트푸드, 과자는 일주일에 한 번 미만
반면 뇌가 싫어하는 대상도 있다. 미국 보스턴대 영양학과 조앤 블레이크 교수에 따르면 포화지방이나 당분이 많은 음식은 인지능력을 악화하는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 포화지방, 설탕 등이 해당된다. 메이요 클리닉의 안젤라 박사는 “버터나 마가린의 섭취를 줄이고, 패스트푸드나 과자는 가능한 일주일에 한 번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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