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기시험 안 보면 필기 붙어도 내년까지 기다려야
자양동에 위치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관계자가 출입구를 관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얼마 전 의료계 파업 당시 줄곧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 거부 의사를 밝혔던 의대생들이 내년 1월 시행되는 필기시험에선 대부분 원서를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학병원장 등이 공식 사과하며 정부에 실기시험 재시험 기회 부여를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형평성 차원에서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4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따르면 내년 1월 7일 시행 예정인 의사 국시 필기시험에는 3196명이 응시 원서를 접수했다. 의사 국시 실기시험 응시 대상자인 3172명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의사 국시는 실기시험과 필기시험으로 구분된다. 올해 실기시험의 경우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 투쟁으로 응시 대상자인 3172명의 14%인 436명만 원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마감된 필기시험에서는 응시 대상자를 넘어서는 지원자가 몰렸다. 지난번 필기 시험 불합격자들의 재응시를 감안해도 대부분의 본과 4학년생들이 응시 원서를 접수했다는 분석이다.
의대생들은 국시 실기시험과 필기시험을 모두 합격해야 의사 면허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실기시험을 보지 않을 경우 필기시험에 합격해도 내년 실기시험까지 기다려야 한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본과 4학년생들이 필기시험 원서 접수를 통해 응시 의사를 밝힌 만큼 실기시험에서도 구제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8일 주요 대학 의료원 및 병원장들이 국가권익위원회에 문제 해결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등 주요 병원장들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생들이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국민들께 끼쳐드린 불편과 심려에 대해 선배 의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서 의대생들이 진정 국민을 위한 의사로 태어나도록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국가 위기 상황에서 강행한 의료계 파업으로 국민들의 여론이 차갑게 돌아섰다는 지적이다. 이날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국시 미응시 의대생 구제 찬반을 조사한 결과 ‘반대한다’는 응답이 52.2%로 다수였고, ‘찬성한다’는 응답이 37.5%로 집계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3%였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국민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국시 허용이 가능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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