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되면 화석연료 에너지·IT기업 유리
미국 대통령 선거가 3일(현지 시각) 시작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는냐에 따라 국내외 증시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친환경 에너지와 디지털 헬스케어 업종이 수혜를 받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석유 등 전통 에너지와 IT(정보기술)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 확대로 은행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50.7%의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43.9%)보다 6.8%포인트 앞섰다. 바이든은 최근까지 지지율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10%포인트 앞섰으나 격차가 좁혀졌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지만 박빙의 상황에서는 우편투표 결과에 따라 당선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일 이후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유효표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양 후보간 법적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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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승리,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에너지 수혜
후보별로 당선 후 수혜업종과 종목을 살펴보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전기차, 태양광·수소·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과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주요 공약인 친환경 에너지 육성 정책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는 ▲전력부문 탄소배출 2035년 제로 ▲전기 충전소 5만개 확충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이 당선되면 국내 2차 전지 생산기업인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 삼성SDI(006400)등에 수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기업들은 미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주가가 크게 올랐다. 최근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던 LG화학은 전달 5.3% 상승 마감했고 4일 오전에도 소폭 상승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도 전날에 각각 7.35%, 4.43% 올랐다.
태양광 에너지 업체 중에서는 한화솔루션, 현대에너지솔루션이, 수소 에너지 중에서는 두산퓨얼셀 등이 수혜주로 거론된다.
다만 최근 시장이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현렬 삼성증권(016360)연구원은 "바이든은 전기차 시장보다는 신재생에너지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무조건 혜택을 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가 오바마 헬스케어를 부활하면서 약가 인하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 국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생산기업들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어떤 상품을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셀트리온(068270)이나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등이 직간접적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슬라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모델3. LG화학은 올해부터 모델3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DB |
◇트럼프 재선, 전통 에너지·IT 업종에 유리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화석연료 등 전통 에너지 산업과 대규모 IT기업에 이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도한 환경규제는 기업을 죽이고 경제를 침체하게 한다는 입장으로 전통 에너지 기업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박일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시 셰일가스 생산량을 늘리면서 에탄분해설비( ECC) 원가 경쟁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기업 중에서는 미국산 원유 도입이 자유로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감세 정책과 IT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유지되면서 IT업종의 주가도 기대해 볼 만하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IT기업에 대한 제재를 계속하면 한국 IT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다만 바이든도 대형 IT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예상보다 강한 규제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양 후보 어느 쪽이 당선되더라도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확대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금융주의 이익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행정부가 재정확대책을 사용하기 위해선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국채발행을 늘려야한다. 국채에 대한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국채 공급이 증가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채 가격은 하락(국채 금리 상승)하고 이렇게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금융회사들의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채 발행은 기관 투자자 등으로 매입하는 수요가 한정돼 있어 정부의 발행규모 증가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게 금융사들의 이익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한다"고 했다.
이경민 기자(sea_throug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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