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집회 주동자는 살인자"
여가부장관 "보궐선거, 성인지 학습기회"
잇단 실언에 野 "자격없어", "스스로 물러나야" 맹공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의 대통령비서실ㆍ국가안보실ㆍ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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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국회에 출석한 여권 인사들이 '살인자', '성인지 학습' 등 잇단 실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해당 발언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맹공에 나섰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8·15 광복절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이날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재인산성 사건을 보고 소름이 돋는다. 경찰이 버스로 국민을 코로나 소굴에 가뒀고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을 치하했다"고 지적하자, 노 실장은 "이 사건 때문에 정말로 많은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도 엄청나게 나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또다시 박 의원이 "(차벽으로) 거리 두기를 유지하지 않고 감염도를 높였다"고 지적하자, 노 실장은 "사람까지 죽었는데 옹호하는가. 집회 주동자들은 도둑놈이 아니라 다 살인자"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허가되지 않았던 광복절 집회만으로 확진자만 600명 이상이 나왔다"며 "감염돼 사망한 사람만 해도 7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감이 재개된 이후 노 실장은 "국민을 대상으로 살인자라고 한 적은 없다. 과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노 실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한 나라 대통령 비서실장의 자격을 의심하게 하는 망언"이라며 "국민이 살인자란 말은 문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은 필요치 않다는 섬뜩함마저 느껴진다"며 "후안무치 비서실장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당 성일종 비대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그 뜻을 전달하는 메신저"라며 "살인자란 표현은 이 정권 사람들이 국민을 대하는 오만과 교만을 보여준 명장면"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비상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노 실장 발언에 대해 "적절치 않은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 방역정책에 대한 비협조로 비판의 여지가 많은 집회였지만, 우리 국민을 '살인자'로 치부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우리 편과 적'으로 국민을 얼마나 철저히 구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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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실장에 이어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 비위 문제로 치러지는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 인지 감수성을 집단학습할 기회"라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장관은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선거에 838억 원이 사용되는데 피해자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봤느냐"고 물은 데 대해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 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이 장관의 발언에 야당에서는 즉각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황규한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하는 발언"이라며 "이 장관도 n차 가해자나 다름없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황당하기 그지없는 발언에 말문이 막힌다"며 "국민의 성인지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성추행 및 성추문을 일삼아 주길 당부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정의당도 같은 날 "권력형 성범죄가 초래한 재보궐선거를 두고 국민 집단 학습의 기회라고 한 이 장관은 여가부 장관이 맞느냐"면서 규탄하는 논평을 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온전한 정신으로 할 수 없는 말인데 심지어 집권여당의 심기까지 살폈다"면서 "여가부 장관이 눈치와 심기를 살펴야 하는 대상은 집권여당이 아니라 성폭력 피해 여성과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 여성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정작 성인지 학습이 필요한 분은 막말을 내뱉은 이 장관 본인"이라며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없이 재보궐선거를 단순히 학습도구로 전락시킨 이 장관은 피해자분들께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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