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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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던 2020 미국 대선이 막을 내렸다. 선거인단 과반수를 확보한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세계 정상들이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정작 재선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크게 증가한 우편투표에 민주당 지지층이 집중돼 개표 결과가 뒤집힌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예상되긴 했지만, 그의 불복이 찻잔 속의 폭풍이 될지 아니면 최악의 경우 새 대통령 임기가 시작하는 내년 1월20일 직전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이 다툼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초래한다면 금융시장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것은 뻔하다. 2000년 대선 당시 재검표를 놓고 연방대법원까지 갔던 한 달여 동안 S&P 500지수는 8% 하락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관해서 미국은 실패했다(5월12일자 시시비비 참조).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23만명, 확진자는 하루 10만명을 넘어섰다. 더 큰 실패는 팬데믹의 대응을 놓고 나라가 둘로 쪼개진 것이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쪼개진 미국사회를 '하나의 미국, 두 나라'에 빗댔다. '미국 안의 두 나라'는 1억5000만표 중 불과 400만표 차이로 갈린 투표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선 후유증이 길어질 때 미국사회는 더 분열되고, 국력을 모으는 데 필요한 자원은 그만큼 낭비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미국이 설계했고 종전 후 70년간 주도해 온 국제 규범에 따른 자유주의 질서, 즉 팍스 아메리카나를 스스로 부쉈다. 다자간 무역협정인 세계무역기구(WTO)를 무시하고, 버락 오바마 전 정부가 공들인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을 폐기했다. 대신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패권주의를 추구했다. 2017년 백악관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은 경제와 국가안보의 경계를 허물고 정치, 경제, 군사 등 미국이 가진 모든 국가권력을 통합해 다자간 대신 양자 간 협정으로, 협력이 아닌 강권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아담 포센 피터슨 연구소 소장은 미국이 구축한 자유주의 질서를 미국이 회비를 징수하는 클럽의 회원제에 비유했다. 그는 미국이 동맹국에 안전 보장과 국제규범을 제공하고 공동 번영을 이뤘으며, 무임승차는 동맹국이 아니라 미국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기구 분담금의 태만, 기후변화의 부적절한 대응,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에도 동맹국들이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미국의 리더십이 주는 혜택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고 을러댔다.
2016~2018년 트럼프 정부는 예산의 22%를 부담하고도 유엔(UN)을 방치했다. 이제 유엔은 같은 기간 불과 7.8%를 낸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식량농업기구(FAO) 등 4개 기구의 수장을 맡고 있으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국제전기통신동맹(ITU)에서는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안면인식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약속한대로 미국이 WHO(세계보건기구)와 파리기후협정에 복귀한다고 해도 미국의 위상을 4년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지는 이미 위축됐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자유주의 질서를 복구하는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자유주의 대안으로서 국가자본주의를 주도하는 중국과의 체제경쟁이 가능하며, 동북아지역의 지정학적 위험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분열된 미국을 단합하는 데 실패한다면 4년 뒤 트럼프 시즌2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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