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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북한의 유엔과자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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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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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북한 시즌2-10] 2000년대에 북한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유엔과자를 먹어 보았을 것이다. 유엔과자는 2000년대부터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종종 나눠주기도 했고, 시장에서 유통된 시기도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오늘은 유엔과자에 관련한 이야기를 통해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았던 2000년대 초반 북한 주민들 일상을 알아보고자 한다.

필자는 2000년대 초반에 소학교(초등학교)를 다녔다. 그 당시 북한의 교육과정은 11년제 의무교육으로 유치원 1년, 소학교 4년, 중학교 6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참고로 북한은 2012년에 교육 개편을 하여 현재는 12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1년부터 학교에서 유엔과자와 유니세프(UNICEF)라고 새겨진 학용품을 나눠주었다. 가끔은 외국인들이 학교에 찾아오기도 하였는데 아이들은 처음 보는 외국인들이 신기해 공부하다가도 뛰쳐나가 구경하곤 했다.

유엔과자는 영양 비스킷이라고 알려진 간식으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서 재료를 공급해주고 북한 주요 도시들의 식료품 공장에서 생산하여 어린이와 소학교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북한 사람들 대부분 유엔과자로 기억하고 부르는데 국제기구에서 보내준 과자라는 의미에서 유엔과자로 불린 듯하다.

WFP 기준은 아이 한 명당 하루에 영양과자 2개를 공급하는 것이지만 여러 북한 출신 친구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한 번에 5~8개씩 나눠주고 총 받은 횟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다수의 사람들은 학교에서 공급받아 먹어본 경험보다는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구입해서 먹어본 경험이 더 많다고 답했다.

비록 학교에서 공급받은 횟수는 적어도 간식을 자주 먹지 못하는 북한 아이들에게 유엔과자는 그야말로 최고의 간식이었다. 유엔과자는 5㎝ 정도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WFP라고 새겨져 있다. 몇 번 베어 먹으면 없어질 크기의 과자였지만 아이들은 과자 하나로 누가 더 오래 먹는지 경쟁하기도 했다. 앞니로 갉아 먹는 아이도 있었고, 조금씩 손톱으로 뜯어 먹는 아이도 있었고, 녹여 먹는 아이도 있었다.

학교에서 유엔과자를 나눠주는 날은 모두의 하굣길이 즐겁고 가벼웠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다같이 나눠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 욕심스럽게 과자를 다 먹고 학교에서 받은 것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는 아이들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님께 먼저 가져다 드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아이들은 가난함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은 착한 아이들이었다.

학교에서 나눠주는 것 이외에도 친한 친구들 중 부모님이 간부이거나 유엔과자를 생산·유통하는 과정에 참여한다면 종종 얻어먹을 수도 있다. 필자의 친구 중에도 매일 유엔과자를 몇 개씩 챙겨 학교에 오는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등굣길이나 하굣길에 본인과 제일 친한 몇 명에게만 과자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가로로 나란히 서서 과자를 하나씩 들고 어깨에 힘을 주고 걸어가는 아이들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 과자 하나가 뭐라고 그렇게 행복했을까?

2014년 이후로 WFP 지원이 서서히 끊기면서 대부분 공장에서 유엔과자 생산이 중단되고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공급받던 유엔과자는 많은 이들의 추억 속으로 저물어가고 있을 것이다. 2020년을 살아가는 북한의 아이들은 어떤 간식을 먹으면서 그들만의 추억을 만들어 가는지 궁금해지는 시점이기도하다.

[이성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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