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의 상처를 보듬는 따뜻한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는 오래된 ‘해묘식당(海猫食堂)’이 나온다. 아버지와 함께 바닷가에서 조개 줍고 놀던 어린 딸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식당을 찾아 추억을 공유한다. 식당의 대표음식인 전갱이 튀김, 전갱이 양념 절임은 수십년 동안 아버지 세대에서 자식 세대로 이어지며 추억과 맛을 선사하는 이 동네의 소울푸드다. 일본에는 맛과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가 많다지만 우리도 적지않다. |
오랫동안 경제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펴낸 ‘한끼 식사의 행복’(김영사)에는 변치 않는 맛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그런 노포들이 많다.
그의 인생 맛집 165곳은 화려하거나 트렌디하진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먹는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어머니의 고향 음식인 평양냉면부터 원조 일본을 뛰어넘은 한국형 판메밀국수, 매일 600만 그릇 이상 팔리는 한국의 대표음식 짜장면, 짬뽕, 겨울의 별미 칼국수 등 서민적인 면 요리들이 첫 장부터 군침 돌게 한다. 찌개·탕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 대표 홈메뉴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비롯, 외식의 상징 설렁탕, 생태탕, 추어탕, 닭곰탕, 순댓국, 돼지국밥으로 순례가 이어진다. 한국인의 지혜가 담긴 비빔밥, 생선구이, 수제비, 빈대떡, 돈가스까지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다.
1만 원 안팎의 맛집들은 저자가 직접 발품 팔아 찾아낸 집들이자 수십 년 드나드는 애정하는 단골맛집이다. 그렇다고 오래된 집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무서운 신예 맛집들도 균형감있게 소개했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음식메뉴별 뿐 아니라 상황별로 맛집을 고를 수 있게 소개한 점이다. 가족을 위한 힐링 맛집, 회식장소로 좋은 가성비 좋은 착한 맛집, 직장인들의 최대 고민인, ‘오늘 점심 뭐 먹지’를 해결해줄 추천 맛집, 입맛 까다로운 미식가를 위한 골목 맛집까지 챙겼다. 1인가구 증가와 코로나 유행 속 더욱 절실한 영양과 건강까지 챙기는 혼밥 맛집은 매우 유용하다.
또한 음식과 음식점들의 유래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단순 맛집 순례를 넘어선다. 평양냉면집의 양대 계보, 우리나라 판메밀국수의 역사인 ‘광화문 미진’, 퀴라소섬의 고추, 포장마차의 대표 음식 우동의 유래, 생태 요리법 등 음식지식도 넓힐 수 있다. 서울에 한정한 게 아쉬워 다음 편을 기대하게 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한끼 식사의 행복/김석동 지음/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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