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미국에서 백인 법관의 초상화가 걸린 법정에서 흑인이 재판을 받는 게 불공평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형사 재판에 기소된 흑인 피고인의 변호인 측이 내달 4일 공판을 앞두고 재판정에 백인 법관의 초상화를 없애달라고 제기한 신청이 인용됐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법정에 들어서는 한 피고인(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금지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1심법원의 데이비드 버나드 판사는 결정문에서 "백인 법관 초상이 많아 의도적이지는 않더라도 재판에서 역사적으로 백인이 주도권을 가졌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라며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가 과거 법관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보다 앞선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주로 서게 되는 재판정은 초상화가 없다"면서 "그러나 배심원 평결이 이뤄지는 곳에는 은퇴한 백인 법관의 초상화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그는 초상화 47점 가운데 45점이 백인 법관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버나드 판사의 결정에 따라 다른 판사도 초상화를 내리고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국선 변호사 대표인 던 버토락은 "이번 결정은 법정에서 인종 차별을 없애기 위한 오랜 투쟁에서 아주 작은 진전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버나드 판사는 엘살바도르 출생으로 지난 2017년 주 의회에서 판사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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