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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자사고 폐지 논란 일파만파…2025년 일반고 전환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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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고 이어 세화고·배재고도 1심 승소

내달 23일 숭문고·신일고 1심 결과 앞둬

유은혜 "고교 개편 정책 위법 판단은 아냐"

교육제도 안정성 VS 입시위주 교육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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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3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운영성과평가(재지정평가) 결과가 발표된 9일 자사고 취소 결정이 내려진 서대문구 이대부고 앞에서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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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서울 세화고와 배재고의 자사고 취소 불복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자사고 폐지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불복하는 소송 결과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은 18일 세화고와 배재고 학교법인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1년 6개월 만에 두 학교의 지정 취소는 무효가 됐다. 자사고 전면 폐지 정책이 시행되는 2025년까지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23일에는 숭문고·신일고의 1심 선고가 나온다.


앞서 부산에서 해운대고가 불복 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서울에서도 자사고들이 잇따라 승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7월 13개 자사고 중 8개 학교(배재고, 세화고, 경희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의 지정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조희연 교육감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조 교육감은 "문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이자 고교정상화를 요구하는 시민적 열망 무위로 돌리는 판결"이라며 "과도한 입시경쟁과 사교육비, 학교간 격차, 교육불평등으로 얼룩진 교육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에 반하는 판결이며 나머지 소송에서는 평가에 대한 적법성과 정당성이 받아들여져서 보다 전향적인 사법부의 판단이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문 정부 핵심공약…2025년 일반고 전환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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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관계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규탄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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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이자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이다. 조 교육감은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고 2019년 재지정 평가 당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설립 취지인 자사고는 '정책적 유효기간'이 다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교육부가 '고교 서열화 해소방안'을 발표하면서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방침을 발표했다. 교육과정과 명칭은 유지하고 일반고와 동일하게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2025년부터 자사고·자공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로 바뀌고 특목고는 과학고와 예술·체육고, 마이스터고만 남게 된다.


교육부는 이에 필요한 법 개정 작업도 마친 상태다. 이미 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라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고, 2025년 3월부터 시행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법원 판결은 5년마다 하는 자사고 재지정 절차문제를 판결한 것"이라며 "2025년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고교체계 개편 정책에 대한 위법 판단은 아니다"며 "학생선발 방식만 바뀌게 되는 것으로 교육과정 등은 그대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헌법소원에서 위헌 판결이 나지 않는 이상 정부의 고교 체계 개편 작업을 무효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5월 자사고·국제고 24개 학교가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결과는 내년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처럼 자사고 지정 취소 소송 결과 지위를 인정받더라도 자사고의 생명은 4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과학고는 당초 설립 취지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일반고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교학점제로 일반고 역량 강화하겠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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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율형사립고 학부모연합회 관계자들이 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 서명서를 전달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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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자사고·외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2025년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함으로써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고 일반고등학교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유 부총리는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면 학교를 유형화해 선발한 결과로 나타났던 학교서열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교체계 전환은 시행령에서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국가교육위원회가 올해 출범되면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별로 선택과목 등을 통해 심화교육이 가능해진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명문고 선호현상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더라도 공통과목(국영수 등)은 학원을 다닐 수 밖에 없고 학군이 좋은 사립 명문고 쏠림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1 공통과목 내신경쟁이 치열해지고 학생부종합전형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 수능점수를 잘 받는 우수학교 진학 선호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교육제도 안정성 갖춰야 VS 입시위주 교육, 당초 목적과 달라

한편 이번 판결을 놓고 교원단체들은 상반된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교총은 "평가 요소와 재지정 기준점을 갑자기 바꿔 과거 5년 간의 운영을 평가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공정하고 폐지 수순만 밟겠다는 것이며 학교와 학생, 학부모에게 혼란과 피해만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교총은 "이런 논란은 학교의 종류와 운영 등을 시행령 수준에 명시해 정권과 교육감이 좌우할 수 있다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며 "자사고 등 학교의 종류와 운영을 법률에 직접 명시해 제도의 안정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을 기하는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교조를 포함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자사고는 입시 중심 명문고를 표방하며 출발한 학교가 아니며 ‘다양한 교육의 실현’이 목적이었으나 재지정에 탈락한 자사고들이 과연 설립목적에 부합해 운영되어 왔는가를 법원은 고려했어야 한다"며 "자사고 설립 이후 고교서열화는 강화되었고 초등학교 때부터 소위 ‘명문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 만연,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자아실현 기회의 박탈 등 수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왔다"고 말했다.


서교협은 "법원의 이번 판결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외면한, 공교육 정상화를 외면한 판결이기에 규탄받아 마땅하다"며 "서울시교육청은 즉각적인 항소를 통해 다시금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인 여론을 고려한 제대로 된 판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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