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32개 해외지사 스태프 발품 취재
호주,카자흐스탄,美서부,동러시아,日히다 소개
‘뜨는 관광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 성공전략 모색
코로나 사태 이후 친환경 생태관광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에코(Eco)투어리즘 시스템을 갖춘 나라들이 관광에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호주 퀸즈랜드주 호핑투어, 인간과 자연(거북)의 동행 모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한국관광공사와 글로벌 민관기관들은 2021년 이후 뉴노멀 핵심 여행 트렌드로 일제히 ‘친환경 에코(Eco)투어리즘’을 첫손에 꼽는다. 거리두기, 근거리, 즉행, 안전여행 등 경향은 여행방법에 관한 것인데 에코여행은 ‘내용’에 관한 것으로, 뉴노멀 여행 콘텐츠의 중심 허브(hub)가 된다.
이런 시대를 예견하기라도 한 듯 호주, 미국 서부, 카자흐스탄, 동북러시아, 일본 히다는 에코투어리즘의 모범적 사례를 하나둘 만들어가고 있었다. 헤럴드경제는 한국관광공사 32개 해외 지사 스태프의 생생한 현장리포트, ‘뜨는 관광에는 이유가 있다’(출판 뿌쉬낀하우스)를 기반으로 에코투어리즘 시사점들을 특집으로 엮었다.
호주 데인트리 자연 속 숙소.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호주, 지구 수호 의지로 생태관광 구축=뉴노멀 에코투어리즘을 배우려면 호주를 보라.
지속 가능한 생태 향유, 자연과의 공생을 위해 호주는 퀸즐랜드 쿠란다 열대우림 케이블카 건설에 대형 장비를 쓰지 않고 수작업으로 했다. 헬기 바람에 동물들이 놀랄세라 공구와 자재를 긴 줄에 매달아 조금씩 당긴다. 바다거북의 산란에 방해가 될까 봐 인공조명을 자제한다.
호주의 에코 마인드는 ‘지구 수호’의 의지라고 평가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비영리기관 ‘에코투어리즘 오스트레일리아’가 1996년부터 ‘에코 인증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500여개 업체가 가입해 있고 1700개가 넘는 관광상품이 에코 인증을 받았다. 연간 매출은 1조3000억원, 고용은 1만4000여명이다. 친환경이 공익 일자리와 새 수익을 창출한 것이다.
공유숙박 OTA ‘립어라이드’ ‘그린 겟어웨이’ ‘어스체크’가 다양한 에코 인증 여행지와 숙소로 안내한다. 시설 운영은 노(NO) 에어컨, 태양열, 자연에너지 이용 등 특성을 보인다.
퀸즐랜드주 ‘몬레포스 국립공원’은 바다거북을 위해 인공적인 빛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고, ‘데인트리 열대우림’은 전기자전거를 통해 정글을 탐험하며 유독가스 배출을 차단한다.
10인 이내 인원이 탑승하는 소규모 크루즈를 타고 맹그로브숲, 강에 서식하는 물총새, 백로, 웜푸과일비둘기, 흰배바다수리 등 아름다운 조류와 악어, 비단뱀 등 놀라운 파충류를 관찰하는 탐방 프로그램도 있다.
캘리포니아 LA 로드트립.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드 트립의 천국=최근 미국에선 ‘슬로 트래블’과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함께하는 것이 뉴노멀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로드트립’ 장거리 자동차여행이다. 2018년 캠핑을 떠난 가구는 총 7800만가구로, 미국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특히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캠핑에 익숙한데, 연중 늘 날씨가 좋아 하이킹, 사이클링, 말타기, 카야킹, 낚시, 바비큐, 경치 감상 등 다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아날로그 감성의 캠핑문화가 최근 밀레니얼세대(1980~2000년대)에서 붐이 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여행차량 RV는 태평양 연안에서 많이 눈에 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빅서와 몬터레이를 거쳐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는 로드트립이다. 잠시 바닷가를 벗어나 ‘HOLLYWOOD’ 팻말이 보이는 드라이브 코스를 거쳐도 좋다.
비지트캘리포니아 웹사이트는 로드트립과 캠핑에 관한 기본적인 동선부터 먹거리, 숙박 및 경유지에 대한 필수 정보를 알려준다.
인기 있는 장소로는 칼즈배드 남쪽 해안가나 샌타바버라의 잘러마 해변 야영지, 산과 바다를 모두 품은 빅서의 리메킨 주립공원, 최고의 해안 경치를 자랑하는 빅서의 커크크릭 야영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바라보며 야영할 수 있는 커비코브 야영지 등이다.
캠핑장은 1박당 20~30달러 수준이다. 조사 결과, 미국인의 주요 캠핑 수단은 텐트(59%), RV(24%), 통나무집(16%) 등이었다. RV 대여비는 박당 일반 숙박업소 대비 30~40% 저렴하다.
카자흐스탄 천산산맥.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카자흐스탄 알마티 천상의 낙원을 걷다=면적 세계 9위인 카자흐스탄은 천산산맥 등 장쾌한 생태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천산산맥은 ‘한 탱그리(단군과 같은 뜻)봉’을 비롯해 4개국에 걸쳐 2500㎞에 달한다.
다양한 트레킹 코스 중 침블락봉은 들이는 노력에 비해 ‘가심비’가 높다. 침블락스키장 리조트 입구에서 리프트로 3단계에 오르면 해발 3200m의 달가르 패스에 이른다. 왼쪽으로는 알마티 도시풍경을, 오른쪽으로는 만년설의 달가르봉을 볼 수 있다. 해발 4995m의 달가르봉, 만년 빙벽의 누르술탄봉까지의 풍경은 유럽 명산들 부럽지 않다.
침블락 스키장 리프트 1단계에서 내리면 해발 2350m이고 임도를 따라 850m를 더 오르는 동안 오른쪽으로 만년설이 녹은 계곡물이 힘차게 흘러 청량감을 더한다. 중간에 금강산 망장천 같은 샘도 있고, 암벽등반 훈련장 주변엔 야영장도 있다.
해발 2500m의 콕자일라우봉 쪽으로 가면 자작나무숲을 지나 왼쪽으로는 천산산맥, 오른쪽엔 알마티시 전경을 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넘어오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산길엔 꼬치구이를 맛보고 석양도 감상할 수 있다.
해발 3638m의 빅알마티봉 역시 자주 찾는 곳이다. 만년설이 녹아 형성된 해발 2700m의 고원호수인 ‘빅알마티호수’가 백미다.
알마티에서 약 80㎞ 떨어진 투루겐계곡 꼭대기엔 해발 2700m인 아씨고원이 있다. 야생화, 평화로운 가축들, 목가적인 경치가 힐링을 안긴다.
카자흐스탄엔 그랜드캐니언 닮은 차른계곡, 콜사이호수, 알튼에멜 국립공원, 우쉬코느르공원 등의 에코탐험지가 있다.
러시아 캄차카 생태관광.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러, 세계유산 캄차카 태초의 땅 탐험=여행사들은 ‘유럽인데 가깝다’고 광고하지만 동북 러시아는 유럽보다는 우리와 비슷한 정서를 가진 곳이 많다. 춥고 거칠기에 탐내는 제국이 별로 없었고, 사람들은 자연을 보전하고 순응하며 살아왔다.
오호츠크해 연안 캄차카반도엔 러시아 내 두 번째로 국립공원이 많다. 빙하, 툰드라와 타이가, 화산 흔적까지 원시 생태계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 많아 모험심을 자극한다.
300여개의 화산이 있는 캄차카 화산군은 1996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중 클류쳅스카야와 코야크스카야, 크로노츠카야 화산은 필수 탐험지로 꼽힌다.
클류쳅스카야 화산은 약 7000년 된 어린 화산이라 생명력이 느껴지고, 4900m에 육박하는 해발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어 이채롭다.
주변이 자연보호구역인 해발 3527m의 크로노츠카야 화산은 화산지역이 가장 넓고 유라시아대륙 유일의 간헐천 계곡이 있어 인기가 많다.
1975년 이 지역 톨바치크 화산이 1년6개월 동안 분출해 주변 지역은 7m 두께 화산재로 뒤덮여 있는데, ‘죽은 숲’이라 부른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희귀 지역이다. 어떤 동식물도 서식하지 않아 다른 행성에 온 듯하다. 실제 달과 토양의 96%가 일치해 1969년 달 탐사선을 시험 가동한 곳이다.
프리라이드 스키와 보드는 캄차카 관광의 양대 매력이다. 헬리스키나 헬리보드는 헬리콥터를 타고 산꼭대기로 가서 스키나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경험자들은 55만~196만원의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전한다.
일본 히다시 유네스코 유산 마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日 히다市, 미식+온천+걷기 힐링여행=친환경 에코(Eco)여행에도 미식은 필수다. 일본의 에코여행의 대표작인 오쿠히다(奥飛弾)마을의 ‘온천 가스트로노미(Gastronomy) 워킹’은 ‘미식+온천+걷기’ 삼위일체로 짜여 인기를 모으는데, 날로 개선되는 부분이 미식이다.
이 마을은 기후현 히다시(飛彈市) 관할이다. 히다는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의 배경지. 이 도시는 시라카와마을 전통가옥이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는 등 에도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옛 거리와 전통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오쿠히다마을의 온천 용출량은 일본 내 3위이고, 노천탕은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은 10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여행자들은 약 2시간30분 동안 약 8㎞의 코스를 따라 커다란 폭포수와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걸으며 이 일대 자연을 만끽한다.
중간중간엔 된장, 술, 과일 등 특산물을 활용한 시식 부스가 마련돼 있다. 꼬치에 꽂은 경단을 구워 달짝지근한 간장 소스를 바른 미타라시 당고, 다카야마산 사과주스, 토종닭 오쿠히다샤모 스프, 산나물조림과 같은 전통 메뉴 외에도 히다 지방의 소울푸드인 즈케모노를 달걀샌드위치 안에 넣거나 산초초콜릿케이크처럼 새롭게 변형한 메뉴들을 선보였다.
일본 3대 소고기로 꼽히는 히다규 꼬치구이와 깨끗한 물과 쌀로 빚은 술도 호평을 받았다. 식재료와 푸드에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해마다 손님이 늘었다. 오쿠히다 쌀 브랜드는 최근 일본 전국 품평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다양한 정보를 SNS에 올리는 등 해외 홍보에 진력하고 있다.
▶한국은 DMZ생태관광 독보적, K-의료·K-푸드 접목 땐 최강 콘텐츠=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자연관광, 문화관광으로 대별해 발굴, 평가하면서 한국관광100선 등에 자연관광의 비중을 높여왔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숨은 관광지를 해마다 2회 신규 발굴해 지원하고 국민과 공유하고 있으며, 자연생태 속 힐링테라피 웰니스관광지도 오래전부터 발굴, 육성했다. 코로나 직후엔 비대면 관광지 100선을 발표했고, 에코 자연생태 안전관광지 100선도 곧 공개한다.
에코투어 시스템만 더 갖추면 되는 생태여행지는 갯벌, 람사르습지, DMZ 등을 꼽을 수 있다. 워킹투어는 동해 해파랑길, 남해 남파랑길에 이어 내년쯤 서해랑길도 완전히 연결된다. 특히 155마일 비무장지대 생태관광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생태여행은 테라피와 접목되면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캠핑과 관련해 우리는 대규모 야영지 조성은 어렵지만 지자체별로 뉴노멀 야영장 개척이 진행 중이다. 우리는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만큼 에코 트레킹여행 코스를 개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개발의 최고 덕목은 보전과 이용의 균형, 즉 지속 가능성이다.
패러글라이딩, 고산 바이크, 정선·태백 고원지대 운탄고도 전기차-야생화투어 등 새로운 형태의 익스트림 레포츠, 탐험 프로그램에다 발효음식 및 로컬푸드에 기반을 둔 건강미식, 의료관광, 한방테라피 등 한국형 장점을 덧붙이면 세계적인 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차박’ 인기 속에서 현대자동차의 캠핑카 출시 임박 소식은 기대감을 낳게 한다. 차박 성지 개척 등 인프라 확충, 캠핑카 개조에 대한 규제 완화 등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abc@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