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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차기 대선 경쟁

대선판 뒤흔드는 文정부 ‘양날의 칼’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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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1.3.4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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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징계 사태’로 갈등관계에 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여권이 검찰의 수사권마저 완전 박탈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법안을 추진하자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총장직 사퇴로 문 대통령을 되받아쳤다. 다소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윤 총장을 포용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문 대통령을 향해 윤 총장은 ‘검찰을 해체하려거든 내 목부터 가져가시라’는 메시지와 함께 직을 던져 버렸다.

정권 초 ‘찰떡궁합’처럼 손발이 잘 맞았던 두 사람이 파국을 맞게 된 것은 여권이 검찰의 존재를 부정하는 중수청 신설을 연초부터 밀어붙인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정권 초 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적폐 수사’의 지휘봉을 맡기는 동시에 검찰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검찰 개혁’을 추진하면서부터 구조적으로 잉태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검찰 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에게 검찰은 ‘한 때 잘 써 먹고 버릴 칼의 운명’이었다. 정부 출범 직후 문 대통령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해 그에게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을 통한 검찰 개혁의 전권을 맡겼다. 문재인 정부가 의도한 검찰 개혁이 완성되면 검찰의 권한은 현저하게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도였지만 당시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해 주기를 바라는 정권 핵심의 의중에 따라 적폐 수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적폐청산을 국정운영의 주요 동력으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보수 정권과 사법부에 대한 적폐청산을 척척 해주는 검찰이 한시적으로라도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정권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중심으로 한 검찰에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검찰의 적폐 수사에 대해 정권 핵심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검찰은 검찰 개혁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도 ‘정권이 원하는 적폐청산 수사를 더 열심히 해 신임을 얻으면 검찰권 약화를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 2인자’ 자리에 있었던 윤 전 총장 입장에서도 전 정부 적폐청산이 ‘거악(巨惡) 척결’이라는 자신의 소신과 대의명분에 부합하는 데다 ‘검찰총장’이라는 필생의 꿈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두 사람은 정반대의 다른 목표를 향해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고 있었고, 적폐 수사가 마무리되자 원래 각자 가던 길을 향해 등을 돌렸다. 그 계기는 2019년 8월 ‘조국 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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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문 대통령과 윤 전 총장의 관계가 파국으로 끝난 지금의 상황만 가지고서 ‘그럴 거였으면 정권이 왜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폐 수사로 정권을 만들고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한 윤 전 총장의 공을 고려할 때 당시 문 대통령이 윤 전 총장 외에 다른 인물을 총장으로 임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총장 낙점 배경이 무엇이건 간에 적폐 수사로 정권에 대한 충성도를 입증해 보인 윤 전 총장을 검찰의 수장으로 임명한 문 대통령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양날의 칼’이 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의 정적들을 베던 ‘윤석열’이라는 잘 드는 칼이 결국 조국 수사 이후 정권 수사로 현 정부의 심장부를 겨누었고, 이를 저지하려는 정권과 윤 전 총장 간의 대결이 검찰총장 중도 사퇴로 이어져 1년 뒤 대선판까지 뒤흔들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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