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틀랜타 주 의사당 밖에서 아시아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도 열렸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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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한인 여성이 흑인 여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한인 여성 김모씨의 미용용품점에 5명의 여성이 들어와 가발 전시대로 향했다.
김씨의 아들 이모씨는 이 여성들이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며 주변을 엉망으로 만든 뒤 가발 전시대를 쓰러뜨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김씨는 아들에게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정리하겠다”고 하며 이 여성들에게 장난치지 말라고 말했다. 그 순간 이 여성들은 김씨를 향해 “빌어먹을 아시안”, “빌어먹을 중국인”이라고 고함을 쳤다.
김씨는 이들에게 가게에서 나가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이들은 가게를 나가기 전 김씨의 남편과 또 다른 아들이 있던 계산대로 다가와 “아시아계 사람들은 흑인 물품을 팔면 안 된다”, “아시아계 사람들은 흑인 시장에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일행은 가게를 떠났다가 곧이어 다시 돌아왔고, 더 많은 가발을 땅에 내던졌다. 김씨 남편은 이 여성들이 가게를 떠나길 거부하자 경찰에 신고했고, 일행 중 3명이 먼저 가게 문을 나섰다.
그러던 중 가게에 남아있던 흑인 여성 2명 중 한 명이 김씨의 얼굴을 가격했고, 김씨가 땅에 넘어진 이후에도 주먹을 휘둘러 모두 8차례가량 폭행했다. 김씨는 이 폭행으로 코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다.
김씨의 남편과 아들이 이 두 여성을 가게 밖으로 밀어낸 뒤 공격이 끝났지만, 이 중 한 여성은 주차장에서 남편과 아들을 차로 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가게 감시영상엔 이들이 가게에서 가발 전시대를 흐트러뜨리는 장면, 김씨를 폭행하는 장면, 가게 밖에서 한 차량이 부자를 위협하는 듯한 장면이 찍혀 있다.
해리스 카운티의 검찰청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두 여성을 폭행 등 혐의로 기소했다. 휴스턴경찰서는 인종범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기소된 한 흑인 여성은 지역 방송과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가게에 들어선 뒤 흑인이라는 이유로 가게 주인이 자신들을 따라다니며 감시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의 아들 이씨는 자신들이 아시아계여서 이 여성들이 이런 일을 했다면서 인종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고 WP에 말했다.
이씨는 “우리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폭행을 당했다”며 “눈앞에서 어머니의 폭행 장면을 본 것이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더는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씨 가족은 사건 후 가게에 안전요원을 고용했다.
미국 애틀랜타 총격 참사 현장인 골드스파 앞에 시민들이 빗속에 두고 간 추모 꽃다발 등이 놓여있다. 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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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일이 벌어진 것은 한 백인 남성이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3곳의 스파와 마사지숍에서 총격을 가해 4명의 한인을 포함 6명의 아시아계 등 모두 8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바로 다음 날이기도 하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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