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동의 없이 변경 가능하지만 승인 미루고 있어
국무부 대변인 "난민 정책 새로 만들고 있다" 해명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난민들이 지난달 28일 콜롬비아 북부 아라우카주의 난민수용소에 모여 있다. 아라우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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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난민을 더 받아들이겠다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역대 미국 정부 중 가장 적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후보 시절 공약과는 정반대 상황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난민정책의 핵심인 난민 수용 상한선을 올리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국제구조위원회(IRC)는 9일(현지시간) “현재 추세라면 바이든 행정부가 인정하는 난민 수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보다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IRC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난민수용프로그램(USRAP)을 통해 2,050명의 난민을 인정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인정되는 난민 수는 4,510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인정한 1만1,814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역대 미국 정부 중 가장 적은 규모다.
난민 숫자가 줄어든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정한 난민 수용 상한선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017년 취임 이후 난민 수용 상한선을 계속 끌어내렸다. 이에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선 11만 명대였던 상한선이 지난해엔 1만5,000명 수준까지 내려갔다. 이는 미국이 1980년 USRAP를 시작한 이후 가장 적은 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이민 · 난민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했지만 정작 상한선 관련 내용은 빠져 있었다. 2월 5일이 되어서야 올해 수용 가능 인원을 6만2,5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상한선은 국무부가 결정해 의회에 통보한 뒤 대통령의 승인으로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의회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통보만 한 뒤 승인은 하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다른 대통령들이 의회에 알린 뒤 바로 승인 절차를 끝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라고 현재 상황을 평가했다.
각종 난민 단체에선 승인을 미루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자닌 애쉬 IRC 부위원장은 12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도대체 왜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IRC는 대통령이 승인을 미뤄 700명이 넘는 난민이 미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7일엔 미국 지방정부 선출직 공무원 124명이 즉시 난민 인정 상한선을 올리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난민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구상하느라 시간이 걸릴 뿐이라는 입장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앞서 7일 AP 통신에 “전임 행정부가 망가뜨린 난민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짜고 있다”며 양해를 구한 바 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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