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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요정 마음 훔친 농구 스틸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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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결혼 농구 문성곤·피겨 곽민정

차량 접촉사고 계기 서로 알게 돼

신랑 “우승·결혼반지 함께 줄게”

신부 “우승도 좋지만 안 다치길”

중앙일보

다음달 29일 서울에서 결혼하는 문성곤(왼쪽)과 곽민정 커플. KGC의 챔프전 진출을 이끈 문성곤은 “신부에게 결혼 반지와 우승 반지를 동시에 끼워주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문성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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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포워드 문성곤(28)과 피겨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곽민정(27)은 다음 달 부부가 된다. 결혼을 앞둔 두 사람을 28일 나란히 만났다.

예비신랑 팔은 상처투성이다. 2년 연속 ‘최우수 수비상’의 문성곤은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부산 KT 양홍석을 육탄방어했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4강 PO에서도 온몸을 던졌다. PO에서 경기당 리바운드 6.8개다. KGC는 6연승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김승기 KGC 감독은 “내 MVP는 문성곤”이라고 말했다. 곽민정은 ‘피겨 여왕’ 김연아와 함께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다. 이듬해 아스타나-알마티 겨울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다. 2015년 은퇴했다. 지금은 코치 겸 해설위원이며, TV 예능에도 출연한다.

운명적 만남이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만 있는 게 아니다. KGC 홈구장인 안양체육관과 곽민정이 일하는 안양빙상장은 붙어있다. 2019년 2월 27일,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접촉사고가 났다. 곽민정은 “내가 가해자였는데, 피해자인 오빠가 먼저 ‘괜찮냐’고 물었다. 경황이 없어 사과도 못 했는데, 나중에 오빠가 연락해왔다”고 말했다. 문성곤은 “처음에는 민정이가 태권도 선수인 줄 알았다. 운동선수 지인을 통해 연락처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곽민정은 운동선수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문성곤을 만난 지 한 달 만에 마음을 돌렸다. 문성곤은 “김승기 감독님이 ‘공을 뺏으려면 자세를 낮추고, 잘 보고, 잘 노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틸 하듯 민정이 마음을 훔쳤다. 하루에 세 차례씩 주차장에 내려가 커피를 마셨다”며 웃었다. 그는 리그 전체 스틸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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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9일 서울에서 결혼하는 문성곤(오른쪽)과 곽민정 커플. [사진 문성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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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정(1m66㎝)이 작은 편이 아닌데도 문성곤(1m96㎝)과는 30㎝ 차다. 키만 빼면 다른 건 거의 비슷하다. 문성곤은 “얘기가 잘 통했다. 운동선수를 잘 이해해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곽민정은 “선수는 시즌이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상견례, 촬영, 신혼집 마련 등 시즌 전에 다 마쳤다”고 귀띔했다.

문성곤은 곽민정이 은퇴하던 2015년 데뷔했다. 그는 “올림픽은 예선에도 못 가봤는데, 민정이는 어엿한 올림피언이다. 얼음판 위에 홀로 서서 수많은 관중 앞에서 연기했다. 후배 선수로서 존경한다”고 추켜세웠다. 곽민정은 “최근 예능에서 농구를 했다. 언니들이 ‘성곤이처럼 해봐’라는데, 흉내도 힘들더라. 원래 존경했지만, 지금은 더 존경한다”고 화답했다. 팀 선배 양희종은 “둘이 2세를 낳으면 특공대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PO에서 문성곤은 경기당 3.3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았다. 그는 “공격 리바운드 하나면 4~5점짜리 느낌이다. 상대 진을 빼고 우리 팀 텐션을 올릴 수 있다”고 자랑했다. 반면 평균 3.3득점에 3점 슛 성공률은 11%다. 문성곤은 “예비 장인어른께서 ‘3개 던지면 1개는 들어갈 거다. 확률을 믿어라’라고 응원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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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9일 서울에서 결혼하는 문성곤(왼쪽)과 곽민정 커플. [사진 문성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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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곤은 과거 인터뷰 도중 리포터 쪽으로 날아들던 공을 무심히 걷어내 명성을 얻었다. 곽민정은 “코트에서는 무심한 듯해도 내 앞에서는 애교가 많다”고 자랑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을 잘 극복한 문성곤은 프러포즈 때 가수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를 불렀다. 그는 “가사가 신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고 말했다.

이제 문성곤은 2016~17시즌 이후 두 번째 챔피언에 도전한다. 그는 “민정이를 생각하며 온몸을 던지겠다. 결혼반지와 우승 반지를 동시에 끼워주겠다. 제러드 설린저에게 ‘축의금 대신 우승 반지를 원한다’고 했더니, 손으로 가슴을 치며 자기를 믿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곽민정은 “나도 설 교수님(설린저 별명) 팬이다. 나는 우승 못 해도 괜찮으니 오빠만 안 다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왕=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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